[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환주(60) KB라이프생명 대표가 낙점받았다.
뛰어난 성과를 내며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던 이재근(58) 현 행장의 연임을 점치는 관측이 많았으나 '안정'보다는 '조직 쇄신'에 방점을 두고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을 교체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그룹 방향키를 쥔 양종희(63)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인사에서부터 본격 '색깔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지주는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주주총회를 거쳐 국민은행장에 오른다면 KB금융 계열사 CEO(최고경영자)가 은행장이 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그동안 은행장은 은행 업무에 능통한 부행장들 중 발탁해왔다. 이번 비은행 계열사 출신 선임 사례로, 핵심 계열사로서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은행장 자리를 두고 승계구도가 보다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후보 풀(Pool)을 보다 넓힐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비은행 계열사 CEO지만, 은행에서 첫 업무를 시작한 은행원 출신이기도 하다. 1964년 서울 출생인 이 후보자는 1991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후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대표 상무·전무, 경영기획그룹대표 부행장 등을 맡았다. 은행 영업·기획 등 요직에서 경험을 쌓은 후 2021년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KB생명보험은 2022년 1월부터 이끌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주 CFO로서 그룹 살림을 도맡은 경험도 있다. 비은행 강화가 그룹 핵심 경영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에 모두 능한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후보자의 이력은 양종희 지주 회장이 걸어온 길과도 비슷하다. 양 회장 역시 은행원으로 시작해 KB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하다 2016년부터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이후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했다가 지난해 말 회장으로 발탁됐다. 이러한 양 회장의 경험이 이번 은행장 인사에서도 반영됐을 것이란 시각이다.
대추위는 이 후보자를 두고 그룹 내 주요 핵심직무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중심 경영철학을 균형있게 실현할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 글로벌 사업 추진력 강화,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 쇄신,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 정립 등 조직 안정과 변화를 이끌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가도 남겼다.
실제 이 후보자는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 간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바 있다. 보험사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요양사업에도 선제적으로 진출하는 등 통찰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대추위 관계자는 "내실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자본·비용 효율성 중심의 체질개선을 통해 일관된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수 있는 이환주 후보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대추위는 또 "이환주 후보 추천은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라며 "조직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은행·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깜짝 인사'로 다른 계열사 CEO 인사와 후속 임원 인사폭이 더욱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양 회장이 그해 연말 인사에서 의중을 담기에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이번 인사에서부터 본인의 스타일을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다. 성과중심원칙을 바탕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인물을 깜짝 발탁하는 인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NIM 축소,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은행의 핵심사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경영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은행장을 보좌할 경영진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과감히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환주 KB라이프 대표 내정(1보)
- 금융권에 불어닥친 쇄신바람···세대교체 속도내나
- 5대 은행장 인선 레이스 개시···내부통제 성적표 연임 가늠자되나
- [프로필] 이환주 차기 KB국민은행장···은행·비은행 경험한 '재무통'
- 이환주 국민은행장 후보 "상생금융·내부통제 체계 고도화에 최선"
- 이복현 "이사회, 금융지주 단기성과·온정주의 견제 기능 강화"
-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5명 중 3명 교체···카드 김재관·라이프 정문철
- 5대 은행장 중 4명 교체···'영업·비은행' 드라이브 예고
- KB금융, 이재근·이창권 글로벌·디지털 '투톱'···'군살' 빼고 '젊은피'
-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취임···"금융상품 아닌 신뢰 파는 은행 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