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자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에 정진완(56)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내정됐다. 부행장에 오른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인물을 은행장으로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우리은행의 뿌리깊은 온정·파벌주의 문화를 타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6명의 은행장 후보들 중 가장 젊은 1968년생 정 부행장을 발탁, '조직 쇄신'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자는 손태승(65)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으로 그룹 수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조직을 빠르게 수습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실패 원인으로 꼽히는 계파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우리금융그룹은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1968년생인 정 후보는 대부분의 경험을 영업현장에서 쌓은 영업통이자 기업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1987년 포항제철고등학교와 1991년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후 1995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했다.

이후 우리아메리카은행(현지법인) 부장,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타이틀을 회복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 인사에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정 후보자의 이력이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 후보자는 중소기업금융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전략마인드와 추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와 함께 업무 효율과 소통을 중시하는 실용형·현장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은행장 인사는 계파갈등 해소를 위한 '신호탄' 성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은행 계파갈등의 중심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있는데, 정 후보자는 사실상 마지막 한일-상업 세대다. 정 부행장이 한일은행에 입행한 시기는 1995년이고 두 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으로 재출범한 시기는 1998년이다.

현재 우리은행 본부 부서장과 지점장급들 중 다수가 1998년 이후 입행한 통합세대인 만큼 이르면 정 후보자 이후부터 통합세대 출신 은행장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한일-상업 간 갈등의 고리를 끊기 위해 당장 연말 부행장급 인사에서부터 대규모 변화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분위기다.

정 후보자가 부행장에 오른지 1년 밖에 안된 상황에서 은행장에 '파격' 선임된 것도 이사회의 이러한 '변화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은행장은 통상 부행장 경력이 2년 이상 된 인물들 중에서 기용해왔다. 정 후보자에 대한 임종룡(65)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신임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젊은 축에 속하는 정 후보자가 아무래도 계파갈등 이해관계가 적을테니 지금 시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란 평가가 있었을 것"이라며 "정 후보자 이후부터는 대부분 한빛은행이나 우리은행으로 입행한 통합세대인 만큼 빠르면 다음, 혹은 다다음 은행장부터는 통합세대 출신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자추위도 이날 "현직 주요 경영진으로서 경영 연속성 확보, 조직 쇄신을 위한 젊은 '세대교체형 은행장' 선임에 방점을 두고 은행장 후보군 중 적임자를 찾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후보군 중 가장 젊은 68년생으로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판을 갖고 있고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경영계획 PT 및 심층면접에서도 호평을 받았다"며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 후보는 은행장 내정 소감으로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후보는 다음달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 및 적합성을 검증받는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되면 내년 1월부터 은행장으로서 2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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