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양 칼날이 우리금융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금감원의 장기간 검사로 비은행 인수를 통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청사진 구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피의자 신분 전환으로 CEO 사법리스크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우리금융 이사진이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경영진 거취를 비롯, 어수선한 조직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진은 오는 22일 비공개 정기이사회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이날에는 이사진 간담회를 열고 이사회 주요 안건을 공유한다.

우리금융은 지난 9월 27일 첫 자추위를 열고 자회사 CEO들에 대한 인선 레이스를 본격화했다. 이후 여러 차례 회의를 이어온 데다 자회사 CEO들의 임기가 다음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선 현 경영진의 거취를 가늠해볼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단서들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의 관심은 조 행장의 연임 여부다. 조 행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으로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손 전 회장 부당대출과 관련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 사무실, 은행 본점 대출부서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조 행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12조 '보고의무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행장이 취임 후 부당대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정황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로선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CEO를 재선임하는데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은행은 그룹 순이익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 은행의 지배구조 마저 흔들릴 여지를 주면 안된다는 시각이다.

검찰뿐 아니라 금감원도 넘기 힘든 벽이다. 금감원이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고와 늑장보고의 책임이 현 경영진에게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조 행장을 재선임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이사회에선 자회사 CEO뿐 아니라 각종 금융사고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할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은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와 전직 CEO가 엮인 부당대출 사고로 임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전사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던 비은행 인수 작업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해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지난 8월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이후 금감원의 강도 높은 검사를 받게 되면서 최종 인수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려면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 금감원 정기검사 평가에서 우리금융이 3등급 이하를 받게 되면 편입 승인을 받기 어려워진다.

동양·ABL생명 인수건은 중국 정부와의 계약인 만큼 쉽게 파기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당국도 인지하고 있지만, 검사 수위를 낮추지는 않겠다는 기조다. 실제 금감원은 이달 15일까지였던 우리금융·은행 검사기간을 1주일 연장하기도 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말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 내부 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외형 확장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현직 CEO들이 엮인 금융사고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경영진 '무능'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우리금융 이사회가 CEO 거취와 관련해 느낄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인선 작업을 더이상 지체하기보다 빠르게 세대교체를 이뤄 조직 수습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곧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한해를 마감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금융의 경우 경영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임직원들이 느낄 불안감이 더 클 것"이라며 "이사회가 그룹 쇄신 의지를 빠르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