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한일시멘트와 함께 개발한 'CO₂(이산화탄소) 주입 바닥용 모르타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이 한일시멘트와 함께 개발한 'CO₂(이산화탄소) 주입 바닥용 모르타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원자잿값 급등과 고환율, 경기침체, 고금리 등 사면초가 위기 속에서도 건설업계와 건자재업계가 탄소 저감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 기술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만큼 탄소 중립시대 건설업계 및 건자재업계 새판짜기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이 탄소저감 건설자재 개발에 직접 나서면서 건자재업계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한라시멘트와 함께 개발한 신형 '탄소저감 조강형 콘크리트 (DECOCON; Daewoo ECO CONcrete)'의 현장타설 적용 실적을 바탕으로 탄소저감 성과를 인정받는 '탄소크레딧' 인증을 추진한다. 지난 2022년 개발한 DECOCON은 상온양생 환경에서 기존 콘크리트 대비 평균 112㎏/㎥까지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주는 친환경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콘크리트는 1㎥당 245㎏의 시멘트가 사용되는 점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사용량을 낮췄으며 시멘트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6일 한일시멘트와 함께 'CO₂ 주입 바닥용 모르타르'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CO₂ 주입 바닥용 모르타르 기술은 산업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CO₂를 고농도로 포집하고, 모르타르(시멘트와 첨가제 등을 혼합해둔 건자재) 배합 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 사용 시 모르타르 내 밀도가 증가해 강도가 약 5% 상향되는 효과가 있으며, 시멘트량이 3% 줄어들어 탄소배출 저감이 가능하다.

두산건설은 한라엔컴(주)과 공동으로 '강도촉진-수축저감형 혼화제 및 이를 포함하는 순환골재 콘크리트 조성물'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는 건설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관련 법령 및 기준에 따라 건축물의 골조 공사에 활용 시 최대 15%의 용적률 및 건축물의 높이 완화를 적용받을 수 있다. 

특히 도급순위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앞다퉈 콘크리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을 개발, 건설업계 최초로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의 인증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 콘크리트 대비 탄소배출량을 40%가량 낮춘 저탄소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를 개발해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아파트 건설현장에 적용한 데 이어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일반 콘크리트 보도블록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70% 정도 낮은 제로 시멘트 보도블록을 개발했다. 

현대건설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 '조강 콘크리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사돈 기업인 삼표산업과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나노입자 균질혼합기술 및 원재료 순도관리를 통해 빠르고 균일하게 초기 압축강도를 확보할 수 있어 신속한 내구성 확보와 안전사고 위험 최소화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 현대건설은 지난 2017년부터 일찌감치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버려지는 산업부산물을 활용해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35%까지 낮춘 'H-ment'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다.

건자재업계에서는 삼표그룹이 대표적이다. 삼표산업은 최근 자체 개발한 특수 콘크리트 '블루콘 셀프'(BLUECON SELF)를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확대 및 적용했다. 참고로, 블루콘 셀프는 유동성이 우수해 별도 다짐 작업 없이 스스로 퍼지는 자기충전콘크리트다. 고유동성 특징으로 인해 콘크리트 타설 작업속도를 50%가량 단축할 수 있어 공기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및 인건비 절감에 도움을 준다. 또 건설 현장에서 불필요한 레미콘 차량 타설 대기 시간을 감축,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점에서 경제성을 갖췄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이들이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 등 탄소저감 건설자재 개발에 나선 것은 기술 및 제품 경쟁력 제고를 통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ESG 중요도가 높아졌고 탄소거래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 경쟁력을 갖춰 해외수주 등에서 기술적인 자원과 노력을 어필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현재 경기 불황 속에서 시멘트업계 제품 수요가 떨어지다보니 성능과 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단가 측면에서도 여러 요구들이 나오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한 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 업계는 서로 상생하며 건자재시장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서로 먹거리를 뺏고 뺏기는 시장이 아니라 서로 제품 영역과 시장을 확대하며 동반성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소비자나 수요자로선 다양한 제품을 선택하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재업계 관계자는 "탄소저감도 마찬가지고 강도 높이는 등 기술 개발할 때 기본적으로 건설재료 업체만 할 수 없는 구조다. 시공법과 설계에 따라 제품 니즈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건설업체와 자재업체 간 협업하는 구조"라면서 "오히려 건설업체가 최전선의 고객, 예를 들면 주택시장 등 니즈를 더 잘 알고 있고 시장과 정책도 주도하는 입장에서 자재업체들은 연구나 협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기술개발 시 단독으로 하지 않고 자재업체와 협업으로 진행하면서 상호 윈윈할 수 있다"면서 "자재업체들도 ESG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 개발과 영역이 열리는 것으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니즈를 더 잘 반영해서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는 만큼 수요처를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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