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을 미뤘던 건설사들이 연말이 다가오자 막바지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다. 내년 분양시장 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분양 물량을 소진하려는 모습이다.
28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11월 3주차부터 연말까지 도급순위 상위 10위에 해당하는 10대 건설사들이 전국 26개 현장에서 총 2만7860세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중 일반분양 가구는 1만8486세대(아파트 기준·중견사 컨소시엄 현장 및 임대 제외)로 작년 동기 대비 약 2.3배 많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장기화된 시장 불황과 미분양 증가 속에서 미뤘던 공급을 연말에 털어내려는 것으로 보고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분양 일정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부동산경기 침체가 몇 년째 지속되는 등 장기화하면서 더 이상 계획 물량을 미룰 수 없는 건설사들은 올해 공급을 확대했다. 본지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10대 건설사 중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 두 곳을 제외한 8곳의 올해 분양 실적(예정 단지 포함)이 전년 대비로 늘어났다.
세대수 기준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건설이다. 지난해 20개 단지, 8435세대를 공급했고, 올해는 연말까지 21개 단지, 2만541세대를 분양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지 수는 비슷하나 올해 대단지 위주의 공급이 많아서 세대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개 단지, 2952세대를 공급했던 SK에코플랜트도 올해 7개 단지, 1만3146세대를 공급하며 전년대비 공급량이 1만194세대로 크게 늘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해마다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올해 주관사가 아닌 컨소시엄 단지들이 분양을 많이 하면서 분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건설(14개 단지 1만3082세대→18개 단지 2만491세대) △포스코이앤씨(9개 단지 9970세대→14개 단지, 1만5808세대) △대우건설(23개 단지 1만5540세대→25개 단지 1만9483세대(10월 기준)) △삼성물산(2개 단지 5247세대→6개 단지 8798세대) △현대엔지니어링(6개 단지 5978세대→7개 단지 6434세대(11월 기준)) △DL이앤씨(9개 단지 8696세대→17개 단지 9062세대) 순으로 증가했다.
전년 얼어붙었던 분양 시장보다는 상황이 나아져 올해 수도권 주요 입지 단지에서는 수요가 확인된 데다 날로 공사비와 분양가가 치솟는 만큼 올해 안으로 물량을 전부 털어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분양시장 키워드는 양극화로, 서울은 공사비 상승과 신규 분양 저조로 물량이 많지 않았고 수도권 위주로 분양이 이뤄졌다"면서 "이 가운데 연초, 연중에 세운 공급계획대로 맞추기 위해 밀어내기에 나선 측면이 있고, 분양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올해 물량을 털고가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공격적인 공급물량이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점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6776호로 전월 대비 1.1%(774호) 줄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7262호로 전월보다 4.9%(801호) 늘었다.
특히 건설경기 어려움이 지속되는 만큼 공급 물량이 내년으로 또다시 이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내년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B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목표치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연말 분양에 나섰지만 일부 단지의 경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서울과 수도권 주요입지를 중심으로 양극화와 심화하는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지며 분양시장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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