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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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해외수주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올해 10월까지 누적 수주한 공사액은 285억2586만달러(약 40조원)로, 연간 해외 수주 목표치인 400억달러 달성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차세대 송전 기술을 앞세워 1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전력망 사업에 진출한 뒤 역대 최대 규모다. GS건설도 연말을 앞두고 호주에서 5205억원 규모의 멜버른 도시순환철도(SRL) 지하철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소식에도 현시점에서 연간 해외 수주 목표치인 400억달러 달성은 힘들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올해 10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공사액은 목표치의 71%를 달성한 상태다. 최근 연간 해외 수주액을 살펴보면 △2020년 351억달러 △2021년 306달러 △2022년 310억달러 △2023년 333억달러 등 대부분 300억달러 초중반을 유지한 만큼, 올해도 이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해외건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전쟁·유가 변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중동 수주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올해 해외 수주액을 지역별로 보면 중동 시장에서의 수주액이 151억9246만달러(53.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삼성E&A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한 '아람코 파딜리 가스 증설프로그램 패키지 1&4'라는 대형 프로젝트(60억8100만달러)를 수주한 영향이 크다. 사실상 삼성E&A의 수주가 없었다면 중동 수주는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이고, 북미와 태평양 지역도 1년 새 55%나 감소, 아시아 수주액도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 거둔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31억148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1억8386만달러) 대비 무려 263.1% 증가하면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있는 173억달러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수주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고,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하며 접점을 늘리고 있다.

아울러 해외수주를 확대하려면 단순 도급(시공) 위주인 해외사업 구조를 투자개발형(PPP)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사업시행자가 기획‧개발‧금융조달부터 시공, 향후 운영관리까지 전반을 맡는 것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은 도급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튀르키예 등의 저가공세로 수익이 악화한 상태다. 결국 단순 시공보단 설계, 투자, 원천 기술 사업 등을 내세워야 해외 경쟁력에서 유리한 입지에 머물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PPP 수주 금액은 20억달러로, 지난해 1년 치(14억6000만달러)보다도 37% 증가했다. 전체 해외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3.3% △2023년 4.4% △2024년 9.5%로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단순 시공은 건설사 수익이 5%가 채 안 되는 반면 PPP사업은 10%에 달한다"며 "특히 인프라는 필요하면서 재정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민간이 투자하는 PPP사업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라, 상호 이해관계가 부합해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사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건설사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PPP사업은 대우건설의 베트남 하노이 THT신도시 프로젝트다. 사업기획부터 토지개발‧매각‧분양까지 대우건설이 총괄한다. 개발기간은 1단계 2010년~2024년‧2단계 2017~2028년으로, 총 사업비는 24억달러(3조3192억원)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최근 튀르키예 고속도로 투자와 건설·운영 사업에 참여해 공사 수주액 2600억원과 함께 2027년 준공 후 15년간 운영 수익(통행료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공사분에 대한 '미수금' 관리도 필요하단 지적이다. 국내 공사와 달리 해외에서는 현지 경제상황이나 정세 변동에 따라 공사를 마친 후에도 대금을 받을 기약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전쟁 등 특수 상황 발생이나, 국내 건설사의 현지 여건 및 법·제도 이해도 국내 사업보다 미흡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해외건설 미수금은 △2021년 12억 달러 △2022년 13억5600만달러 △2023년 13억6300만달러로 총 39억1862만달러(약 5조4061억원)에 달한다. 주로 설계변경과 이에 따른 공기 지연에 대해 발주처가 추가 공사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시공사가 향후 상각해야 하는 비용이 대다수다.

대우건설이 2012년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정유공장 사업은 현재 공사를 100% 마쳤지만 현재 미수금 124억원이 남았다. 회사가 2013년 리비아에서 수주한 즈위티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의 경우 내전 등으로 현재까지도 진행률이 35.2%에 그쳐 미수금 164억원이 발생했다. 현대건설이 2019년 시작한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는 현재 공사가 99% 멈춘 상태로, 미수금 50억원이 남아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 공사비 청구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미청구 금액도 1690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익 안정성 지표는 해외 사업 매출이 확대될수록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시공만 하는 경우엔 수익도 크지 않기 때문에 최근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한 국가에서 사업을 유보하고 철수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만큼 해외 사업도 선별 수주가 강화되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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