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고객가치' 구광모號 4년···LG, 미래 승부수 던진다
[초점] '고객가치' 구광모號 4년···LG, 미래 승부수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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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태양광 접고 배터리·전장·AI 강화 '선택과 집중'
"고객 경험 혁신 기술···이길 수 있는 투자 검토"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구광모 ㈜LG 회장이 친환경 바이오 원료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지난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구광모 ㈜LG 회장이 친환경 바이오 원료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29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8년 6월29일 40대 젊은 총수로서 첫발을 내디딘 구 회장은 지난 4년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LG그룹의 미래를 위한 발판 마련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철수하고 미래 성장성이 큰 먹거리 사업에 힘을 싣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구 회장만의 경영 철학을 앞세운 '고객'과 '경험'을 전 그룹 내 계열사에 뿌리내리면서 LG만의 차별화된 미래 성장 동력을 구축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구광모식 '실용주의' 엿보인 과감한 체질 개선

2018년 6월, 구광모 호(號) 출범 이후 LG는 '젊은 혁신'을 통해 주력사업에서부터 체질 변화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사업 재편에 집중했다.

취임 첫 해 정중동 행보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룹 현안 파악 시간을 가진 구 회장은 취임하고 만 2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비전과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OLED 사업 청산을 시작으로 LG전자는 수처리 사업을,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을 매각했고 LG화학도 LCD 편광판 사업을 팔았다. 중국 베이징에 두고 있는 LG트윈타워 같은 부동산도 이 시기 매각 대상에 올라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사진은 LG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LG 롤러블'이 나오는 장면. (사진=LG전자)<br>
지난해 CES 2021에서 공개됐던 LG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LG 롤러블' (사진=LG전자)

1995년부터 이어온 휴대폰 사업의 철수는 시장을 놀라게 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LG전자는 26년간 매달려온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지난해 4월 공식 발표했고, 같은해 7월 완전 종료했다. 구 회장은 적자를 이어오며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도 상징성으로 인해 발을 빼지 못했던 휴대폰 사업에 대해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고 판단, 출혈을 감수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2015년 2분기 이후 2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누적적자만 5조원에 달하는 점에 무게를 뒀다. 

올해 초 태양광 셀 및 모듈 사업을 정리한 것도 구 회장의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 면모를 보여준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로 인해 업황이 악화하며 경쟁력도 줄어들었다. 그룹 내에서 탄소중립 시대 태양광이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내실을 갖추지 못하자 구 회장은 과감하게 이를 포기했다.

◇ LG 미래 먹거리에 집중···배터리·전장·로봇·AI·바이오 주목

구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장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을 통해 전략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2018년 8월 LG는 구 회장 취임 2개월 만에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글로벌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합작법인 'LG 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LG는 차세대 먹거리인 LG전자 전장사업의 3각 편대를 갖추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 전장사업 가운데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VS사업본부는 올해 초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전기차 EQS에 플라스틱 올레드 기반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LG 전장사업 3대 축 가운데 하나로, 자동차용 헤드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ZKW는 최근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의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에 스마트 조명을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 28일 볼보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고객층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지난 4월 멕시코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 착공식을 여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구동 모터와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로 공략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2에서 선보인 전기차 충전기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2에서 선보인 전기차 충전기 모습. (사진=LG전자)

  
이 외에도 전장과 관련해 지난해 9월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기업 '사이벨럼'을 인수하고 지난 27일에는 GS에너지, GS넥스원과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 지분을 60% 인수하면서 전장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LG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충전기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고 연내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LG의 전장 사업은 향후 배터리 분야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LG는 △2019년 12월 LG화학이 미국 GM과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설립 △2021년4월 LG에너지솔루션이 GM, 전기차 배터리 제2합작공장 설립에 각각 1조원을 출자하며 투자를 아끼고 않고 있다.

LG는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등에도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LG는 국내에서만 2026년까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06조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투자액 중 48조원을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전체 투자액의 40%인 43조원은 미래 성장 분야에 집행된다.

일례로 LG는 2020년 12월 출범한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와 관련해 LG화학은 세포 치료제 등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시험대 오른 구광모號···'고객가치'로 순항할까

취임 4년을 맞은 구 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물류비, 원재료비 상승, 환율 인상 등 유례없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직면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구 회장도 지난 23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비상 경영을 주문했다. 약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날 사장단 회의의 주제는 '고객 가치 강화'로, 구 회장과 사장단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30일 LG전자 HE사업본부를 시작으로 LG는 약 한 달간 '전략보고회'를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번 전략보고회도 구 회장이 직접 주재해 중장기 투자를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가 마련한 분야별 전략 방안을 경영진들과 논의하고 중장기 투자와 채용도 계획한 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전략보고회에서 구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친환경 클린테크(Clean Tech) 분야를 낙점했다. 향후 5년간 국내외 바이오 소재, 폐플라스틱·폐배터리 활용 등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클린테크 분야에서 고객사에 선제적이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협업, 지분투자, 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해서 탐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의 2022년 신년사 영상 캡쳐 (사진=LG)
구광모 LG 회장의 2022년 신년사 영상 캡쳐 (사진=LG)

지난 28일 구 회장은 클린테크 육성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직접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 R&D 연구소를 찾아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기술 개발 현황과 전략을 살펴보고 클린테크 분야 연구에 매진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이번 현장 방문에서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선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R&D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해가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훌륭한 기술 인재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같이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취임 5년 차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경영 시험대에 오른 구 회장이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이 경영 철학으로 강조해 온 '고객가치 실천'을 넘어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한 미래 돌파구를 마련해나갈지 주목된다. 

구 회장은 2019년 첫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 이후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구체화해 왔다. 2019년 'LG만의 고객 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세 가지로 정의했으며 지난 2020년에는 고객 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지난해는 '초세분화'를 통해 고객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하자고 강조한 데 이어 올해 신년 메시지로는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우리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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