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 대표은행인 부산은행의 입지가 작아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부산은행으로선 지역 전통산업 위축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경쟁사 등장에 따른 고객 유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위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공약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지난 28일 회의를 열고 지역균형 발전 목표·과제 등을 논의했다.
아직까지 산업은행 이전 태스크포스(TF) 구성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진 않았으나 인수위 내부에서는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부산시까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계획 등을 발표하는 등 관련 논의에 가세하면서 이전 동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는 지역균형발전특위 회의 다음날인 29일 '2040 부산도시기본계획 수립 공청회'를 열고 산업은행 이전 등을 바탕으로 한 '청년활력미래도시' 구축을 부산 발전방향 4대 핵심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부산 지역 대표 은행인 부산은행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산업은행의 경우 총자산 규모만 부산은행의 약 4배인 데다 조달금리도 훨씬 저렴하다. 저금리를 무기로 기존 지역 은행들의 영업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을 기준으로 산업은행의 평균금리는 연 2.94%로 부산은행(연 3.48%)보다 0.54%p(포인트) 더 낮다. 신용등급별 전 구간을 비교해서도 부산은행의 금리는 산업은행보다 적게는 0.42%p(1~3등급), 많게는 1.87%p(7~10등급) 더 높았다. 중소기업 대상 신용대출 금리도 산업은행의 평균금리가 연 3.66%, 부산은행이 연 4.70%로 1.04%p 차이가 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부산은행의 원화 자금조달 금리만 약 100bp 차이나는데, 달러로 넘어가면 300bp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부산은행이 금리 경쟁력면에서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이전하게 되면 위기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부산은행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와 부산경제단체에 자칫 반발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부산은행 노조 관계자도 "당연히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부산시 전체를 놓고 보면 지역 소멸이나 균형발전을 걱정해야 하는 게 더 큰 명제라 반대를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에 대형은행들이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이 오히려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은행 이전으로 지역 은행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지역경제 상생·선순환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산은행이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하려다 부산경제단체쪽에 크게 질책을 받고 난감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발전을 위한 거라면 지역 자원이나 자본을 지역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지방은행이나 지방금융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게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데, 지금은 이전 이슈에만 매몰돼 있어 제대로 된 지역발전 논의가 오히려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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