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사라진 충청권 지방은행···'尹 공약'과 함께 부활 시동
IMF 이후 사라진 충청권 지방은행···'尹 공약'과 함께 부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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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당선인 지역균형 발전 논의에 포함될 듯
범충청권TF 가동, 국회 입법·토론회 논의 활발
'빅블러' 경쟁 가속화···시장 경쟁력 확보 '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범충청권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는 것은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내 법안 발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르면 내주 구체적인 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최근 토론회를 통해 향후 발전 방향의 윤곽도 잡히는 등 충청권의 오랜 숙원인 지방은행 설립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과 관련해 오는 25일 윤 당선인에게 지역균형 발전 논의 내용을 보고한 뒤, 각 공약 이행 내용을 담은 별책을 통해 구체적인 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특위 관계자는 "내주 월요일 당선인 보고 이후 국정과제, 실천과제 등 공약 리스트업 및 부록식 별책을 낼 계획인데, 그때 포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아직 특위 차원에서 의결을 내거나 결정한 바는 없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특위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경제분과, 기획조정분과 등과 조율을 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전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자, 충청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현재 충청과 강원은 유일하게 지방은행이 없다. 부산을 비롯해 경남, 대구, 광주, 전북, 제주에서는 지역 이름을 딴 은행들이 존재한다. 과거 1968~1971년 충청·충북은행이 설립되기도 했으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라 모두 퇴출됐다. 이후 지방은행 설립은 역대 대선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충청권을 연고로 하는 지역 은행을 설립하겠다" 발언은 충청권 은행 설립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25일에는 양승조 충남지사가 공동단장을 맡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충남범도민추진단'이 발족했으며, 국회에서는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과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그간 지방은행 설립에 큰 걸림돌이었던 '지방자치단체, 전체 자본금의 15%만 출자 가능'에 예외를 두고, 예금된 지역 자금을 해당 지역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공표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충청권이 지방은행 설립을 염원하고 있는 배경에는 지역 자본 유출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지역 금융경제가 낙후됨에 따라 자본 역외 유출이 심각하고, 금융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금융 양극화 심화 현상에 지역경제 활성화가 더디다는 것이다.

실제로 충남은 지역 내 총생산(GRDP)이 지난 2019년 기준 113.5조원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컸지만, 지역외순수취본원소득은 23조6000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컸다. 즉, 충남에서 생산이 이뤄졌지만, 자본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충북 역시 69조4000억원의 GRDP를 기록했으나, 12조7000억원의 자본 유출을 기록했다. 지방은행은 지역 예금은행 전체 대출금의 약 절반(48~53%) 수준을 차지해 지역 금융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구체적인 방향성도 논의됐다. 지난 1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대전·충남·세종 지역은행, 성공을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는 '인터넷 기반 복합 형태의 지방은행'이 제시됐다. 이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성격을 가지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과거와 비교해 지방은행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존 은행의 강점과 디지털 기능을 접목함으로써 기존 '규모의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충청권에서는 바이오밸리, 아산디지털일반산업단지 등 중소 벤처혁신 기업 중심으로 금융 수요가 높다"면서 "하지만 지방은행의 부재로 지역 자본 유출이 심각하고, 지역별·권역별 다른 산업 구조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금융상품, 대출 등도 가능할테지만 이런 부분 역시 취약하다. 지역 산업 특색을 고려한 맞춤형 상품을 핀테크로 제작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땐 지방은행 설립이 (미래지향적인 움직임과) 꼭 배치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지방은행 추가 설립은 지역 중소기업에 효율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균형발전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하다. 다만,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갈수록 확대되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지방 경제는 침체를 겪고 있으며, 신용도가 낮은 지역 중소기업 대상 영업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또한 지역 상호금융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핀테크 등 비금융 IT회사들과의 '빅블러'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BNK금융, DGB금융, JB금융 등의 지방은행들도 지역금융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비은행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자본금 확보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은행설립 최소 자본금 요건은 250억원이지만, 업계에서는 지역 내 여유로운 금융 공급을 위해서는 최소 3000억원 수준의 자본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이 시중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고 있는 만큼 향토 지역 기업 대상으로 어떻게 출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기존의 지방은행들도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렵다보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수도권 지점을 늘리고, 해외 진출도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지역밀착형 경영을 통해 얼만큼 다양하고 효율적인 관계금융을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객관적 재무제표·신용평가보다 지역과 밀착해 관계금융을 강화할 수 있는 정성적 효과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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