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반도체로 집결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미중 양국의 거대 시장에서 실리를 얻기 위해 어떤 균형자로 이를 돌파할지 주목된다.
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2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이 주최하는 반도체 공급망 확충 회의(화상 CEO 서밋)에 참석한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시설 확충을 요청할 경우 삼성은 중국의 눈치를 보며 대미 투자 결정에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DS(반도체·부품) 사업본부의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들은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백악관 화상회의와 관련한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회의에 현재 수감상태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의 참석이 유력해 보인다.
재계는 백악관이 12일 화상회의에서 자국 내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실태를 파악하고, 반도체 기업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증대와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오스틴 공장은 14∼65나노미터(nm·10억분의 1ｍ)의 SSD와 DDI 등 일반 반도체 부품 공장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이에 삼성전자가 미국의 요구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 중이었으나 지난 겨울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 돼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셧다운 여파로 인한 매출 손실은 약 3000억원 가량으로, 삼성은 텍사스주와 새로운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삼성이 미국에 대한 투자 결정을 서두를 경우 중국 측 반응이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한편 이날 백악관 회의에는 삼성전자 외 대만의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회사 NXP 등 19개 기업이 초대돼 참석한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