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에 가상자산 거래소 '비상'···업계 재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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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계좌 확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곳뿐
구체적인 평가 기준 없어···은행들 '연대 책임' 부담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오는 25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얻지 못해 폐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오는 9월까지는 은행과 반드시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위험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실명계좌를 확보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업비트(케이뱅크), 빗썸(NH농협은행), 코인원(NH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 4곳뿐이다.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100여곳의 나머지 중소 거래소는 아직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오는 9월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과 실명 확인 실명계좌 개설 등 등록 요건을 갖춰야만 사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신고접수를 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실명 계좌가 없는 가상화폐거래소는 사실상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실명 계좌를 발급해주려는 은행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4대 거래소 이외에 대다수의 중소 거래소들이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계좌 개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평가와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실명계정 개시를 할 때 금융회사가 관련 위험을 평가하도록 했다. '금융회사 등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행위의 위험 식별, 분석, 평가해야 한다'는 요건에 따라 시중은행 판단으로 사업 영위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다.

평가 기관이 된 은행권은 평가 위험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향후 계약을 맺은 거래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연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굳이 이런 위험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업계와 은행권에서 평가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당국에 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체 판단으로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사고라도 생긴다면, 은행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면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 실명계좌 발급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문제는 특금법 개정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개선방안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당국은 여전히 은행들의 자체적인 판단만으로도 실명계좌 발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별로 평가방식과 정책이 다른 만큼 당국이 개입하는 편이 더 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특금법발(發) 거래소 재편이 '경착륙' 방식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다수 거래소의 폐점이 잇따른다면 국내 시장 축소에 따른 경쟁력 퇴화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거래소 외에도 ISMS 인증을 획득하고 자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한 거래소가 적지 않으나, 실명계좌를 얻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라면서 "업권과 은행 간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당국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줘야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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