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국내 외국인 거주자 비중이 큰 폭으로 늘면서 금융권의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의 경우,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외국인에 초점을 맞춰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방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외국인'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300만명에 육박하는데다, 지방의 경우 외국인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한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65만783명으로 전년(250만명)대비 5.7% 증가했다. 국내 전체 인구수가 5112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5.2%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남 6.1% △경북 4.8% △부산 3.4% △전북 3.0% △전남 3.5% △충남 6.3% 등으로, 수도권보다 높기 때문에 지방은행 입장에선 새로운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 가는 시중은행에 비해 지방은행은 지역경제 침체와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엔 급성성한 인터넷뱅크 3사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374억원으로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해 JB금융지주(1828억원), BNK금융지주(1718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외국인 특화 점포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언어 통번역 디지털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광주은행의 경우 올해 2월 광주·전남 금융권 중 처음으로 외국인금융센터를 열었다. 광주은행 외국인금융센터에서는 단순환전과 송금은 물론 여수신 업무를 고객 성향에 맞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언어장벽 해소를 위해 38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도 구축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는 광주 흑석동에 센터를 설립해, 접근성도 높였다는 설명이다.
앞서 광주은행은 지난해 외국인 특화 카드 '투게더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외국인 유치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였다. '투게더 체크카드'는 외국인 등록증과 국내 거소증 보유자를 대상으로 전월 실적과 관계없이 외국인 고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 해당 서비스 영역에서 0.2%의 추가 캐시백을 제공 중이다.
전북은행도 지난달부터 외국인 고객을 위한 '무빙 라운지' 2호점을 열었다. '무빙 라운지' 1호점이 상담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2호차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전면으로 내세워 실효성을 앞세웠다.
전북은행은 금융권 처음으로 외국인 비대면 신용대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현재 외국인 전용 입출금·예금 상품, 'JB외국인근로자대출' 상품을 판매 중으로, 'JB외국인근로자대출' 상품은 현재 이용자 3만5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잔액도 4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부·울·경(부산·울산·경상도) 지역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이달 14일 김해시 부원동에 위치한 '김해금융센터'에 외국인 고객 특화점을 신설했다.
해당 특화점에는 외국인 고객 전용창구를 비롯해 7개국 언어 통번역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 17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번역 시스템, 외국인 서포터즈 배치 등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법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BNK경남은행은 유학생 수요를 노리고 있다. BNK경남은행은 울산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 경남대학교에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이동점포를 설치해 입출금 통장 개설과 체크카드·전자금융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 수요에 맞춰 특화점포 운영과 다양한 대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며 "접근성과 포용성을 높여 외국인 근로자들의 금융 서비스 제고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