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멈춤? 이익 공유?···코로나 후폭풍에 은행권 '속앓이'
이자 멈춤? 이익 공유?···코로나 후폭풍에 은행권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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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재연장 '가닥'
부실 걱정 속타는데···갈수록 커지는 정치권 요구
"과도한 부담···이익공유, 배임 행위 해당할 수도"
"상황 어렵다고 금융시스템 안정 훼손 안돼" 중론
6일 IBK기업은행 영업점이 소상공인 신속금융지원 대출 상품을 상담·신청하러 온 내방 고객들로 북적인다. (사진=박시형 기자)
한 은행 영업점에서 내방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권의 코로나19 후유증에 따른 속앓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부실 우려에 대한 걱정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최근들어 정치권에서 주창한 '이익공유제'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사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저금리 코로나 대출의 잠재적 부실이 어느정도로 구체화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은행이 최대의 코로나 수혜업종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또 다른 희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말이 기한인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한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달 발표된다.

금융위가 지난해 8월에 이어 재연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은 데다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작년 8월 말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기존 방안 그대로 6개월 연장한 바 있다. 

당국은 금융권이 감내할 수 있는 여력 등을 살펴보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내용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뾰족한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한 유예 조치를 다시 연장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이자상환 유예가 1만3000건, 1570억원 정도이고, 대출 규모는 4조7000억원 정도 된다"면서 "그 정도는 금융권이 감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을 향해 재연장을 할테니 미리 대비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관련 은행권은 어려움을 나눠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이자상환 유예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문제는 당장의 규모보다 유예 기간이 길어질수록 커지는 부실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차주가 이자를 제때 내는지 여부에 따라 부실 징후를 판단하는데, 이자 상환을 계속 늦춰주면 선제적인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를 내기 힘든 차주들의 대출이 한꺼번에 부실화되면 지금은 작은 규모더라도 나중에 가해질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며 "이자유예만이라도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정작 더 큰 걱정거리는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이익공유제. 은행들의 코로나 관련 금융지원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가해지는 이익공유제 참여 압박에 난감해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에서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이라고 하면 금융업"이라며 "임대료만 줄이고 멈추자고 할 것이 아니라 은행권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자 멈춤'까지 거론되자 은행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은 아니다. 이낙연 당 대표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당 정책위의장의 공적인 발언이라는 점에서 은행들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놀란 가슴에 일각에선 배임 우려까지 거론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는 은행의 수익 중 일부를 나누라는 것인데,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을 뿐더러 예금 고객에게 지급할 수익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 선제 대응하라고 하면서도 이익을 나누라고 하니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이 은행들에 이자 장사로 돈놀이를 한다는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부담을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은행권이 대놓고 반기를 들지는 못하겠지만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초유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민간금융사를 동원해 급한 불을 끄려다가는 자칫 나중에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한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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