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역대급' 실적의 딜레마···'팔비틀기' 정당화 우려
은행, '역대급' 실적의 딜레마···'팔비틀기' 정당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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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發 이익공유제 논란···'자발성' 강요?
뉴딜·코로나 '동네북'···'배당 자제'와 상충
"은행 경영활동·주주권익 침해" 지적도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K뉴딜 지원 방안' 주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금융권의 K-뉴딜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K뉴딜 지원 방안' 주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금융권의 K-뉴딜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둔 은행권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대출 급증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호실적이 자칫 은행 '팔 비틀기'를 정당화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0조8846억원이다. 이는 전년 순이익(10조9791억원) 대비 0.86% 줄어든 규모다. 4대 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으로 비교하면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든 규모지만 우리금융을 제외한 3대 금융그룹은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3조490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리딩뱅크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KB금융의 경우 5.1% 오른 3조4810억원으로 뒤를 이을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5.2% 증가한 2조5162억원, 우리금융은 25.4% 줄어든 1조39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달성할 전망이다. 금융그룹들은 다음달 초부터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그룹 호실적 배경으로는 '대출 성장'이 꼽힌다. 코로나19로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초저금리, 증시 호황, 부동산 규제에 따른 투자심리 과열 등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가계대출이 유례없는 폭증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가계 뿐만 아니라 기업 대출도 급증하면서 이자수익이 대폭 늘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은행권 대출 증가폭은 207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은행권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여당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수익을 낸 은행권을 향해 '이익공유', '이자멈춤' 등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호실적이 이익공유제 등 정치권 요구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익공유, 이자멈춤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취약계층 지원이란 당위성을 부여하며 '자발적 참여'로 포장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압박과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신용대출 규제 등에서도 알 수 있듯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당국으로부터 건전성 관리를 받는 데다 신규 사업에 대한 엄격한 인허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치권이나 당국의 '발언'을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경우 당국이 면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당국에서 어떤 요청을 하면 당연히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최근 채안펀드나 K뉴딜펀드, 서민금융기금 출연과 같이 은행돈을 이용해서 뭔가를 하려는 요구가 많아졌는데,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결국 은행의 경영활동이나 주주권익이 침해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나온 이자공유·이자멈춤 등의 요구는 리스크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기조와도 상충된다. 현재 은행권은 급격히 늘어난 부채가 부실화되지 않도록 리스크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재연장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부실대출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잠재부실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은행권에 배당확대 자제, 충당금 적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선제적 리스크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금융당국과 선제적 출연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은행권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코로나 여신에 대한 잠재부실이 크니까 배당 등을 충당금쪽으로 돌리고 완충작업을 하라는 취지인건데, 정치권에서 상충되는 주장들이 나오면서 시장이 오히려 불안해지는 상황이 벌이질 수 있다"며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리스크관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와서 금융기관이 부실화된다면 그땐 또 어떤 말씀들을 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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