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제성 띤 '코로나 금융', 부작용 우려된다
[기자수첩] 강제성 띤 '코로나 금융', 부작용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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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한 마디로 황당하죠. 만기연장·상환유예로 부실을 떠안고 가고 있는 마당에 '돈을 벌었으니 수익을 나누자', '이자를 받지 말라'는 건 결국 은행권 팔을 비틀겠다는 구상 아닙니까."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본격화되는 이익공유제를 두고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늘어놓은 푸념이다. 요즘 은행들은 여당의 행보에 전전긍긍 중이다. 금융당국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에 대한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어서다.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남의 일이었던 이익공유제는 플랫폼 업계를 넘어서 범주가 점차 넓어지더니 어느새 은행이 주 타깃이 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선방하며 적지 않은 이익을 봤다는 이유로 사실상 이익공유제 동참을 강제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자 멈춤'을 제안한 홍익표 정책위원회 의장은 "금융권의 참여가 핵심"이라며 "은행권도 우리 사회 상생과 협력, 연대를 위해 함께 노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재차 압박에 나섰다. '관치금융' 논란에도 은행 이자 제한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당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은행권의 이자 등을 멈추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홍익표 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이낙연 당 대표가 "신중해야 한다"며 진화에 나선 것. 하지만 여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사실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으름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녹색 금융, 뉴딜 펀드에 이어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에도 동원됐다. '동참'이라는 표현으로 포장됐지만, 규제의 칼자루를 쥔 이들의 의견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아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월 말로 끝날 예정이던 만기연장·상환유예 역시 재연장이 기정사실화됐다. '코로나 수혜 업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탓에 이자상환 유예 재연장이 '한계기업 증가→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는 그저 은행들의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나중에 일이 커질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은행권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자를 내기 힘든 차주들의 대출이 일시에 부실화하면 자칫 은행까지 동반 부실화될 수 있다.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하면서도 자금 지원을 등 떠미는 것에 대해 은행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이익 공유나 이자 멈춤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배임 가능성, 주주의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을 논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위법의 소지가 있을뿐더러 금융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코로나19 후유증을 그저 견디고 있는 이들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지원도 필수다. 다만 자발성이 결여된 방안은 여러 논란 속에 지속되기 어려운 임시방편일 뿐이다. 국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강요로 인해 의미가 퇴색되고 부작용이 짙어지는 결과를 낳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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