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주식광풍에 예·적금 '엑소더스'···은행, 예대율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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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로 몰린 은행 단기·장기성 자금
보름사이 요구불·예적금 15兆 이탈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숫자 맞추기'
사진=국민은행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지난 1월 6일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예·적금 '엑소더스(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것)'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보름 만에 약 1조2000억원 가량이 은행 정기 예·적금에서 빠져나갔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투자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 데다 '동학개미운동'으로 표현되는 주식 광풍으로 예·적금에 들어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흘러간 영향이다.

은행에 예치해놓은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예대율(은행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 비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일환으로 시행중인 예대율 규제 완화 조치가 끝나는 오는 6월까지 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 등을 통해 예수금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3일 정기 예·적금 잔액은 672조4620억원으로 지난해 말(673조7286억원)보다 1조2666억원 줄었다. 예·적금에 가입한 사람보다 만기 때 돈을 찾거나 중간에 해지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정기 예·적금 이탈 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5대 은행에서 빠져나간 예·적금(5조9874억원)의 21%에 해당하는 1조2666억원이 최근 보름새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예·적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예·적금뿐 아니라 단기간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인 입출금통장 등 요구불예금에서도 대규모 이탈 현상이 나타났고,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올해 들어 7조원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13일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51조3467억원으로 지난해 말(565조4664억원)보다 14조1197억원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같은 경우 정기 예적금이 줄어도 그게 입출금통장으로 가는 경향을 보였는데 지금은 입출금통장 잔액도 줄어들고 있고, 증권 예탁금이 역대 최대치를 보이고 있으니까 주식 광풍하고 연결 지어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적금 금리 0%대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율은 0.9%를 기록했다. 여기에 코스피가 3000선을 뛰어넘는 등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예·적금보다 수익률 높은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의 예대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예대율은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 비율로 은행들은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과도하게 취급하지 않도록 예대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예대율 규제를 맞추려면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 수요가 폭증한 데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예금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 순이자마진(NIM)이 줄고 있어 예금금리를 무작정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올해 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커버드본드 발행액은 예수금의 1% 내에 한해 예수금으로 인정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들 전반적으로 예대율이 목전에 차있어서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 "은행 영업망을 통해 수신자금을 끌어오거나 여의치 않으면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게 예대율을 맞추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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