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는 최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HD현대중공업 주원호 사장(사진 왼쪽)과 안두릴 팔머 럭키 공동 설립자가 ASV 설계 및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HD현대)
HD현대는 최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HD현대중공업 주원호 사장(사진 왼쪽)과 안두릴 팔머 럭키 공동 설립자가 ASV 설계 및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HD현대)

[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한국 조선 기술과 미국 AI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방산 협력이 출범했다. HD현대가 미국의 신흥 방산 AI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와 자율무인수상함(ASV)을 공동 건조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무인전력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HD현대는 최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안두릴과 ASV 설계·건조 및 AI 솔루션 개발에 관한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한미 기업이 공동으로 함정을 설계·건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통 조선 강국인 한국과 AI 기술 강국인 미국의 전략적 결합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HD현대는 울산 조선소에서 ASV를 직접 건조하고, 자율운항 기술 등 선박용 AI 핵심 솔루션을 안두릴에 공급한다. 안두릴은 자체 개발 중인 자율임무 수행(AI autonomous mission) 기술을 탑재해 무인전력 플랫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양사는 2026년까지 시제함(시험선) 개발을 완료하고 미국 시장과 글로벌 해군 무인전력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형 함정 건조 경험과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한 HD현대와, 미국·호주 국방부에 감시·정찰 시스템과 드론을 공급한 경험이 있는 안두릴의 역량이 결합하면서 규모 있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안두릴은 2017년 오큘러스 창업자 팔머 럭키가 설립한 AI 기반 방산 스타트업이다. 창업 10년이 채 되지 않아 'AI 방산 유니콘'으로 급성장하며 미국 방위산업의 세대교체 상징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미 국방부가 강조하는 '유·무인 복합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높아, 한국의 조선·방산 산업이 안두릴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무인전력은 이미 미래 해군전력의 핵심축으로 올라섰다"며 "한국 조선업이 AI 기반 무인 플랫폼을 선제 개발한 것은 산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무인 수상정(USV) 시장은 2022년 9억2000만 달러에서 2032년 27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1.5%에 달해 최근 방산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최고 조선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과 미국의 AI·센서 기술 기업이 손잡은 이번 프로젝트는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선제적 행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조선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함 시장은 단순한 조선기술만으로 진입하기 어렵다"며 "AI·데이터·센서·자율임무 기술이 결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글로벌 제조업·방산업의 기술 경쟁을 상징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함정 사업을 넘어 한미 방산 협력 구조의 변화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양국 방산기업의 협력은 부품 공급·무기체계 판매 중심이었지만, 함정 공동 개발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되는 가운데, 무인전력 분야 협력이 강화되면 국내 조선·방산업의 외연 확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 기술과 AI 기술이 결합된 무인 플랫폼은 향후 해양·안보 영역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표준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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