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이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HD현대)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HD현대는 조선 및 건설기계 사업 부문의 체질 개선과 세대 교체의 기조를 보인 것에 반해, 또 다른 핵심 사업 축인 에너지 부문은 기존 리더십을 유지하며 조직적 변화보다 전략적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에너지 관련 전시회에서 공개한 기술 로드맵에서 친환경·탈탄소·전력망 솔루션 중심의 전환이 구축되고 있음이 드러났단 평가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에너지 부문 계열사들은 올해 기후산업국제박람회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선보였다. 글로벌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전력기기, 태양광, 에너지 기술을 조선·엔진·해양과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이를 위해 조직 개편보단 기술과 투자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정기선 회장의 지휘 아래 전략 실행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왼쪽),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오른쪽) (사진=HD현대)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왼쪽),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가운데), 박종환 HD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오른쪽) (사진=HD현대)

◇ '쇄신보다 안정'···리스크 줄이고 운영 효율화 모색=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부사장 출신 CFO였던 송명준(56) 대표가 새로 취임하며 재무구조 안정화 작업을 시작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210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부채비율도 224%에 이르는 만큼 비용 관리와 재무 라인 정비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특히 HD현대오일뱅크의 자회사인 HD현대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대상인 만큼 운영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이 핵심 과제다. HD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과 대산NCC 합병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새 리더를 들이기보단 기존 체제에서 리스크를 줄여야 할 시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2020년 영업익 727억원으로 흑자전환한 이후 지난해 영업이익 6690억원, 올해는 상반기에 4273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기(59) 대표가 이끄는 현 체제는 호황 사이클에서 현재의 성장세와 수익성을 모두 지켜내고 있는 만큼, 굳이 교체할 필요성이 낮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룹 내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종환(55) 대표 체제를 이어가며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 글로벌 시장 도약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특히 박 대표는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과 태양광 모듈 내재화를 통해 HD현대엔솔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린 인물로 꼽힌다. 그룹은 박대표 체제의 HD현대엔솔이 향후 에너지의 생산-저장-송전-활용을 포괄할 '에너지 플랫폼'의 한축으로 거듭나기에 적격이라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 정기선 회장 체제의 '에너지 밸류체인' = 조직 안정화는 정기선 회장의 미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정 회장은 16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5년간 15조원 국내 투자에 관해 에너지·인공지능(AI)·기계·로봇 분야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향후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대비한 조선 및 로봇 부문 확대와 이들 산업과 연결되는 전력기기·신재생 에너지 기술의 밸류체인 확충에 기반이 될 전망이다. 

HD현대가 추구하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은 해상풍력·태양광·수소·전력망 등이 조선·해양·건설기계 등과 결합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조선·해양 부문은 탈탄소 선박과 청정 수소 기술의 연계를 통해 다음 슈퍼사이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건설기계 부문은 전동화 및 스마트 건설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전력 공급 기술을 확보해 그룹 전체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미래 전략에 있어 에너지 부문의 기반을 다지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정기선 회장은 리더십의 일관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HD현대의 에너지 사업 부문은 전략적 안정화를 통해 그룹이 조선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조선 그리고 건설기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친환경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출범하는 통합 HD현대중공업 및 HD건설기계도 초기의 불안함을 최소화하는 데 에너지 부문의 안정화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의 에너지 부문은 확장의 시기보단 조선·해양·전력망·수소 인프라로 이어지는 그룹 밸류체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시기"라며 "정기선 회장은 리더십의 일관성을 통해 에너지 부문은 기술 중심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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