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가 길었던 '보릿고개'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D램 점유율 1위를 탈환한데 이어 엔비디아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도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차이나플래시마켓(CFM)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D램 점유율에서 34.8%를 차지해 SK하이닉스(34.4%)를 0.4%p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에 밀려 D램 1위를 내준 후 3개 분기만에 1위 탈환이다.
다만 지난달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서는 SK하이닉스가 35%로 삼성전자(34%)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두 조사 모두 격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D램 시장에서 박빙의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십년 동안 D램 1위를 지켰던 삼성전자가 올해 초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준 후 한 때 점유율 격차가 5%p까지 벌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1위 경쟁이 펼쳐진 것은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CFM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85% 늘어났다고 밝혀 삼성전자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액이 570억1000만 달러(약 83조4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신 GPU 아키텍처인 블랙웰에 대해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량이 높고 클라우드 GPU는 이미 품절 상태"라며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GPU 수요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미국 증시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AI 거품론'을 불식시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HBM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4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1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0%, 전분기 대비 74% 늘어난 수준이다. 이미 DS부문은 3분기에 7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2년 2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4분기에는 여기서 5조원 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D램 수요는 공급을 3배 이상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2~2023년 당시 시행된 감산과 HBM 중심의 생산능력 확대 및 공정 전환만을 통한 보수적인 범용 D램 생산 증설 등으로 공급 부족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4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HBM4는 1c D램과 4㎚(나노미터) 로직다이를 적용해 엔비디아 HBM4에서 최고 속도와 저전력 성능을 동시 구현해 공급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판매단가(ASP) 책정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HBM 물량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서프라이즈의 동시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4분기부터 이어지는 이 같은 상승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이 8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보수적으로 관측한 일부 증권사도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6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조7000억원이었으며 올해는 40조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가 호황기에 접어든 만큼 삼성전자는 대규모 시설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시설투자로 DS부문에만 40조9000억원을 집행했다. 또 HBM 생산기지가 될 평택캠퍼스 5공장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는 파운드리 공장도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완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평택 5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2028년에는 HBM 대규모 증산이 예상되는 만큼 AI 반도체 리더십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파운드리 공장이 가동되면 현지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평택 5공장에 대해 "글로벌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