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항공우주·방위산업 협력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이 공동개발과 현지생산을 포함한 협력 고도화를 제안하며 '함께 성장할 모멘텀'을 강조한 만큼, 업계에서는 현지 전투기 수요 확대 흐름과 맞물려 국내 기업의 수출 기반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방문 일정과 맞물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두바이 에어쇼에서 현지 방산 기업과 협력 범위를 확대한 점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UAE 국빈 방문에서 양국 간 항공우주·방산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양국 교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동개발과 현지생산 등으로 협력 수준을 제고하고, 제3국 공동 진출에도 나서야 한다"며 "양국 간 협력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8일에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방산 파트너십 확대도 논의했다. 정부는 이번 순방을 통해 양국 간 협력이 실질적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후속 협의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 실무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항공우주·방산 업계의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공식 발표에서 특정 무기 체계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UAE 차세대 전투기 수요 확대 흐름과 맞물려 KAI의 KF-21 수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UAE가 과거 미국 F-35와 중국 J-20 도입을 기술 이전 제한과 성능 검증 문제 등을 이유로 접은 전례가 있는 만큼, 한국산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커질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알사흐란 알누아이미 UAE 공군사령관 일행이 KAI 본사를 찾아 KF-21에 직접 탑승해 기동성과 조작성 등을 확인한 것도 이런 기류를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한국과 UAE는 KF-21에 관한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에도 서명했다.
KF-21은 첨단 전자전 장비와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등 핵심 항전 센서가 탑재돼 4.5세대급 전투 성능을 구현한다. 향후 단계별 성능 개량이 이뤄지면 스텔스에 준하는 은밀성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4세대 전투기의 세대 교체가 진행되는 흐름 속에서 이 같은 기술적 진전은 틈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양산 인도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KAI의 UAE 행보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더한다. 회사는 이 대통령 순방 시기와 맞물려 개막한 두바이 에어쇼에서 UAE 방산연합체 엣지그룹 산하 플랫폼앤시스템과 전략적 협력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양측은 고정익·회전익 항공기, 무인기, 유무인 복합체계, 유지보수정비(MRO) 등에서 공동 연구·생산과 기술 협력을 검토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공동 마케팅도 추진하기로 했다.
차재병 KAI 대표는 "양국이 가진 항공우주·방산 역량을 결합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며 "중동 지역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넓히는 협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