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AIST 화학과 변혜령 교수, 최락현 석박통합과정 (KAIST), 서울대 손창윤 교수. (사진=KAIST)
(왼쪽부터) KAIST 화학과 변혜령 교수, 최락현 석박통합과정 (KAIST), 서울대 손창윤 교수. (사진=KAIST)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리튬메탈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고에너지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불이 잘 붙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화재 위험이 높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연성을 가진 '유기 고체 전해질'이 제시됐으나, 상온에서 리튬 이온의 전달 속도가 느려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리튬 이온 이동성을 100배 향상시키고 상온에서 작동하는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KAIST는 지난달 28일 변혜령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손창윤 서울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유기 고체 전해질 필름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구멍이 일정하게 배열된 다공성 구조의 '공유결합유기골격구조체(COF, Covalent Organic Framework)'라는 신소재를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약 1/5수준(두께 약 20μm)의 고체 전해질을 제작했다. COF 전해질은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금속유기골격체(MOF, Metal Organic Framework)와 유사한 다공성 결정성 구조를 가지지만, 전지 구동 환경에서 화학적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리튬 이온을 전달하는 기능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정교하게 배치해, 기존에는 높은 온도에서만 이동하던 리튬 이온이 실온에서도 기능기를 따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고체 전해질 구조를 구현했다.

이번에 만든 전해질 필름은 스스로 가지런히 배열되는 '자가조립' 방식으로 만들어져 표면이 매우 매끄럽고 구조가 균일하다. 덕분에 리튬 금속 전극에 빈틈 없이 잘 달라붙어, 이온이 전극 사이를 오갈 때 더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개발된 전해질은 기존 유기계 고체전해질보다 리튬 이온 이동 속도가 10~100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리튬메탈 기반 리튬인산철(LFP) 전지에 적용한 결과, 300회 이상 충·방전을 반복한 후에도 초기 용량의 95% 이상을 유지했으며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는 높은 안정성을 입증했다.

변혜령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온에서도 빠른 리튬 이온 이동이 가능한 유기 고체전해질을 구현해 리튬메탈전지의 상용화에 한 걸음을 앞당긴 성과"라며 "무기 고체전해질과 하이브리드 형태로 결합할 경우 계면 안정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는 KAIST 화학과 최락현 대학원생이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 10월 5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성과는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의 프론티어 리서치 레버토리(FRL),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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