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체된 건설사 수장들. (왼쪽부터)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김영식 SK하이닉스 사장 내정자, (사진=각 사)
올해 교체된 건설사 수장들. (왼쪽부터)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김영식 SK하이닉스 사장 내정자, 김우석 한화 건설부문 대표, 여성찬 DL건설 대표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하반기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경영 쇄신에 나섰다. 이 가운데 연말 인사 시즌에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CEO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 전반에 리스크 관리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대규모 교체보다는 안정과 내실 강화를 위한 연임 인사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대거 대표 교체를 단행한 주요 건설사들은 새로운 리더의 안정적인 안착을 통해 조직 안정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주요 대형 건설사 중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DL건설 등 4개 건설사의 CEO가 교체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8월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로 정희민 전 사장이 물러난 후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TF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회사는 '안전 최우선 경영'을 내세우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연말 인사에서도 추가 교체보다는 현 체제의 안정화와 조직 재정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DL건설은 9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여성찬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의정부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등 연이은 인명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존 경영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후 단행됐다. 여성찬 대표는 주택과 연구시설 등 다양한 건축 현장을 거친 '현장통'으로 취임 후 안전 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와 품질 경영 강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건설업에서 첨단 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반도체 전문가인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새 사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SK하이닉스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대량 양산 체계를 구축한 인물로, SK에코플랜트의 신사업 확장과 향후 IPO(기업공개) 준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에는 김우석 한화그룹 재무실장이 선임됐다. 김 대표는 한화테크윈, 한화컨버전스 등 그룹 내 재무·기획 분야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경영 관리 전문가로, 복합 개발 중심 사업 구조로 전환 중인 한화 건설부문의 재무 건전성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올해 연말 인사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조직 안정화'에 방점을 두는 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 지속, 불확실성 확대, 원자재 및 인력, 안전 관리 등 경영 비용 부담 증가 등의 상황에서 검증된 리더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와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연임을 확정했다.

오세철 대표는 지난해 그룹 내 암암리에 존재하던 '만 60세 룰'을 깨고 연임에 성공했다. 2021년부터 건설부문을 이끌며 국내외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오 대표가 '래미안'을 앞세워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며, 올해 들어 지금까지 7조5501억원 규모의 도시 정비 수주를 따냈다. 해외 누적 수주액도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8조2233억원을 기록했다.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과 보수적인 재무 운용이 안정적으로 평가되면서 리더십 연속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박현철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2023년 말 취임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유동성 위기 대응을 주도하며 재무 안정화라는 성과를 이끌었다는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2022년 말 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60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65%에서 196%로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재무 구조 안정화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대표 교체 이후 조기 안착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1970년생 젊은 리더 이한우 사장을 선임했다. 올해 1월 공식 취임 이후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라 변화보다는 체제 안정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아 재경본부장 출신 주우정 사장이 이끌고 있다. 주 사장은 취임 직후 서울세종고속도로 청룡천교 붕괴 사고라는 중대재해를 직면하며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이후 조직 안정화와 재발 방지 체계 구축에 나섰다.

DL이앤씨는 지난해 8월 선임된 박상신 대표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가 강남권 고급 주거 단지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대표 교체를 겪은 만큼 현재는 조직 안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오너 일가가 대표직을 맡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낮고,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현 대표 임기가 아직 남아 있어 교체 확률이 크지 않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연말 인사는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안정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안정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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