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을 제치고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 3위를 차지하며,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의 4연임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1961년생인 배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종합금융, SK증권 등을 거쳐 금융 커리어를 쌓았다. 특히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 국내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시장을 키워내면서 'ETF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2022년 한투운용 대표이사로 부임하며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성장과 실적 개선에 기여해왔다.
배 대표는 취임 첫 해에 ETF브랜드명을 기존 'KINDEX'(킨덱스)에서 'ACE'(에이스)로 변경하는 리브랜딩 작업과 함께 마케팅을 강화했다. 2022년 6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했고, 2023년에는 ETF운용본부를 만들었다.
지난 6월에는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속이었던 상품전략본부를 사장 직속 조직으로 편입했고, 기존 ETF운용본부 산하였던 ETF상품전략부도 상품전략본부로 이동했다. 또 사장 직속으로 디지털전략본부가 새롭게 신설됐다. 이를 통해 배 대표는 회사 조직 전체를 ETF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배 대표의 전두지휘 아래, 한국투자신탁운용은지난 2021년 말 4.6%에서 8.03%로 ETF 점유율을 약 두 배 가까이 늘리며, 4위인 KB자산운용(7.69%)과 격차를 벌렸다. 같은 기간 ETF 순자산총액도 3조4214억원에서 22조5192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ETF 시장에서의 눈부신 양적 성장은 곧 회사 전체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5.9% 증가한 325억2525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5% 감소했으나, 이는 작년 상반기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인한 이익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실적은 증가세다.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은 배 대표의 혁신적인 상품 전략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은 미국 빅테크, AI, 반도체 및 혁신 성장 테마형 상품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특히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금 현물 ETF 등을 선보였고,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포착해 다양한 섹터와 지역에 걸친 ETF 라인업을 구축하는 차별화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 대표는 단기적인 ETF점유율을 넘어, 인공지능(AI)이나 가상자산과 같은 미래 금융 분야에서도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7월 21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한 퇴직연금 자산관리 서비스 '킴로보(KimRobo)'를 출시했다. 킴로보는 네 종류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개별 투자자의 성향과 목표에 맞춰 자산을 배분해, 복잡한 투자지식이 없어도 퇴직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서비스다.
지난 2023년 6월 7일에는 핀테크업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AI 기반의 자산운용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AI 기술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구축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또 미래 금융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가상자산 분야에서도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올해 6월에는 국내 대표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전문 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과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 협력을 통해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연구와 시장 구조 분석은 물론, 공동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로 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향후 국내 가상자산 관련 금융 상품 출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배재규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의 성과와 성장 기반을 감안할 때 4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ETF를 중심으로 실적을 끌어올린 데 이어 AI·디지털 자산 등 신성장 사업까지 발 빠르게 진출하고 있어, 향후 배 대표가 꾸려갈 성장 전략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