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싱크탱크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한일 경제공동체를 처음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지난 4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싱크탱크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한일 경제공동체를 처음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미국의 관세 위협이 더 거세지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일 경제공동체를 또 다시 언급했다. 특히 지난 4월 첫 언급 당시보다 관세 위협이 더 거세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도 좋지만 완만한 경제 연대가 아니라 EU 같은 완전한 경제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일 경제 블록에 대해 "사회적 비용과 경제 안보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경제권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한국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CPTPP 가입 검토에 나선 것에 대한 의견으로 풀이된다. CPTPP는 일본 등이 주도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 정부는 지난 3일 경제장관회의 등을 열고 CPTPP 가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 회장이 한일 경제공동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국회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최 회장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와 패권국들의 압박 속에서 일본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경제 권역의 규모 확대를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일본과 △청정수소 △LNG(액화천연가스) 공동 구매 및 탄소 포집·활용(CCUS) △반도체 제조·소부장 등 분야에서 협력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현재로서는 EU 모델 형태를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경제 공동체 형태로) 병합할 수 있다면, 이것을 아세안의 다른 국가로 더 늘려 나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1984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경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 교류가 아닌 완전한 경제 통합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영토, 국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일본은 최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임하고 차기 총리로 보수 성향이 강한 다카이치 사나에와 고이즈미 신지로가 거론되고 있다. 당내 입지가 높은 다카이치가 선출될 경우 한일 관계에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한일 경제공동체 주장도 이전보다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하고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의 협상을 체결했다. 투자금은 원금 회수까지 미국과 일본이 50%씩 나눠갖고 원금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투자처는 미국이 결정한다. 

외환보유고가 1조 달러가 넘는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일본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 수준인 한국에 3500억 달러의 투자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이 관세 협상을 마무리지었지만, 투자금 납입 여부에 따라 관세가 복귀될 가능성도 있다. 또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 역시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해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편과 통상질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고 한일 양국이 공동 대응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 중국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과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왼쪽),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중국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과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왼쪽),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한국과 중국, 일본은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경제 협력을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 회장이 언급한 통합의 단계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중국, 일본과 제13차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열고 경제·통상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3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신규 회원 가입 등 다자무역 체제 관련 이슈와 함께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한중일 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동북아에서 한국과 중국 간에만 FTA가 체결돼 있어 당시 회의에서 한중일 3자 FTA를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해왔지만 각자 처한 여건에 차이가 커 그간 논의에 속도를 내지는 못했다. 향후 제10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14차 경제통상장관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경제 협력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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