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스마트 건설 시연회, 현대·삼성물산 건설부문 로봇 시연회, 포스코 ENC 콘크리트 시공이음부 요철생성로봇, GS건설 AI (사진=각 사)
현대건설 스마트 건설 시연회, 현대·삼성물산 건설부문 로봇 시연회, 포스코 ENC 콘크리트 시공이음부 요철생성로봇, GS건설 AI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예온 기자]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르며 산업계 전반이 긴장 상태에 빠졌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건설업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였고, 영업정지, 면허 취소, 금융 제재 등 실질적인 압박 조치가 이어졌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건설업계는 '스마트 건설'을 중대재해 대응의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25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건설 기능 인력 평균 연령이 51.8세로 집계되며 고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고령 근로자는 근력, 유연성, 순발력, 심폐지구력 등이 청년 근로자보다 저하돼 산업재해에 노출되기 쉽다. 그래서 건설 현장의 전반적인 안전보건 모니터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사고를 대비하고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각 사의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스마트 건설 시스템을 적극 개발 및 적용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건설업계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기업들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라며 "안전관리 기술 혁신 없이는 기업별 경쟁력 유지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건설사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확보를 넘어, 안전을 기업 생존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스마트 건설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 건설은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건설 현장의 작업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고소작업, 중량물 운반, 정밀 시공 등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사고를 줄이고, 인력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건설 로봇 기술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매출 대비 1%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투자 금액 역시 증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건설 로봇 특화 연구시설 '로보틱스랩'을 설립했다. 대표적으로 원격 타워크레인 제어 시스템 타와레모는 고공 작업자의 사고 위험을 줄이고, 지상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양팔 로봇 암스트롱(Armstrong)은 최대 200kg의 자재를 운반할 수 있어 고위험 현장에서의 활용성이 주목된다. 원전이나 화재 등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원격 작업도 가능하다.

삼성물산 역시 스마트 건설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건설안전 연구소와 반도체 인프라 연구소를 중심으로 AI 기반의 안전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로봇 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 중이다. 지난해 열린 스마트 건설 챌린지에서는 벽체 타공 로봇을 활용한 고소 작업 자동화 기술로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철골 볼트 조임 자동화 로봇은 고위치 구조물 작업의 안전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균일한 품질 확보에 기여한다. 또한 현대건설과 협력해 자율주행 자재 운반 로봇도 개발했는데, SLAM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과 충전 자동 도킹 기능 등을 통해 복잡한 현장에서도 안정적인 운반이 가능하다.

포스코이앤씨는 콘크리트 시공 특화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CES 2025에서 '콘크리트 요철 생성로봇'으로 혁신상을 받았다. 이 로봇은 교량이나 초고층 기초 작업 등에서 콘크리트 사이의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요철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특히 철근이 촘촘하고 공간이 협소한 환경에서 야간작업이 많은 점을 고려해, 작업자의 피로와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 건설 현장 곳곳에서 도입되고 있다. CCTV와 연동된 AI가 작업자의 이상 행동을 실시간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모·형광조끼 착용 여부도 자동으로 인식한다.

롯데건설은 디지털 기반의 통합 현장관리 기술에 강점을 보인다. '디지털 공사 관리 기술'을 통해 AI 기반 도면 관리, IoT 체감온도 모니터링, 클라우드 사진 관리 등을 통합해 공정, 품질,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신안산선 터널 공사 현장에선 ICT 기반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당 시스템은 출입통제, 위치 추적, 유해가스 측정, AI CCTV, 하방 알람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해 밀폐된 작업환경에서도 근로자 안전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아울러 드론·360도 카메라·AI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GS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ChatGPT Enterprise'를 도입해 업무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문서 검토를 넘어, 설계도면 분석, 예산 검토, 안전 위험 탐지 등 고도화된 기능을 순차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기술 검토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현장 안전 관리 역량도 함께 강화하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스마트 건설 자동화와 로봇을 쓰면서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한 기술개발보단, 무인화를 위한 기술 개발이 더욱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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