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증시 활황과 개인·기관 자금 유입이 맞물리며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24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24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7~8월 코스피가 박스권에 맴돌며 220조원대에 머물렀던 시장 규모는 지난달 말 230조원을 넘긴 뒤, 불과 19일 만에 또다시 240조원대로 점프했다. 1년 전(159조원) 대비 51% 이상 불어난 규모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8월 중순 4조5000억원 수준에서 이달 들어 6조7000억원까지 치솟으며 한 달 새 1.5배 이상 증가했다.
성장세를 이끈 건 코스피200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과 단기 자금 운용처로 각광받는 파킹형 ETF다. 특정 산업·업종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와 능동적으로 종목을 선별하는 액티브 ETF도 꾸준히 설정액을 늘리며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장기 자금이 ETF로 흡수되면서 시장 체질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단기 매매보다 분산·장기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올해 4분기 ETF 시장은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투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고, 레버리지·인버스보다는 테마형 중심 상품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가파른 성장 속도는 지금보다 둔화될지라도 확실한 성장세 자체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파른 성장의 이면에는 위험요인도 존재한다. 지수 급등락 시 ETF가 기초 지수를 완벽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추적오차 문제, 시장 유동성 부족이나 운용 과정의 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왜곡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지수의 하루 단위 변동을 2~3배로 확대해 추종하는 구조 탓에 단기 수익 기회가 큰 반면, 방향을 잘못 예측할 경우 손실 위험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또 특정 섹터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릴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해 이차전지 ETF, 2021년 메타버스 ETF 사례처럼 단기간 급등 뒤 급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과거 사례들을 단순 참고하면 한 달간 7~8천억원 이상 자금이 몰릴 경우 과도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 7월 원자력 관련 ETF 두 종목에는 시가총액 절반에 달하는 자금이 집중돼 쏠림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