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농산물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돼 온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농산물 유통 구조 전면 개편에 나선다. 오는 2030년까지 유통비용을 10% 낮추고,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50%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배추, 사과 등 주요 품목의 도소매 가격 변동성도 절반 수준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15일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대통령은 최근에도 "소비자와 생산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유통 개혁에 속도를 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농산물 소비자 가격 중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기준 49.2%로, 10년 전보다 4.2%포인트(p) 증가했다. 배추·무 등 일부 품목은 유통비용이 60~70%에 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도매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는 실적이 부진한 도매법인에 대해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 현재 도매법인이 생산자로부터 받는 7% 수준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경우, 다음 해 수수료 인하 또는 환급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또한 도매법인 평가 체계는 상대평가 및 계량화를 도입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도 신설한다. 아울러 도매법인의 수익 일부를 공공 목적에 활용하는 공익기금 조성 근거도 농안법 개정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경매 중심의 거래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반입 전 미리 가격·물량을 협의하는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제도를 확대한다. 경매 제도는 반입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급변하는 문제가 있어, 보다 안정적인 가격 형성을 위한 다양한 거래 방식 도입이 요구돼 왔다.
또한 생산자가 시장 상황을 실시간 반영해 출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전자송품장 작성도 주요 품목에 대해 의무화될 예정이다.
유통구조 혁신의 핵심은 온라인 도매시장의 본격적인 육성이다. 현재 전체 도매시장 거래의 6% 수준에 머무른 온라인 거래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연간 거래 20억 원 이상 사업자 제한을 폐지하고, 바우처(물류비·판촉비) 지원, 온라인 전문 셀러 연계 사업, 농산물 유통 컨설팅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
정부는 온라인 예약 거래, 실시간 정가 거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디지털 도매시장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소비지 직배송 체계 구축으로 물류 효율성도 함께 높일 계획이다.
산지 유통센터(APC)도 대폭 확대된다. 2030년까지 스마트 APC를 300개소까지 늘려 집하, 선별, 세척, 포장, 저장 등 전 과정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또한, AI 기반의 생산·유통 정보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품목별 최적화 모델을 현재 10개에서 45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기후 위기와 공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과수·시설채소 중심의 스마트 생산단지 120곳도 구축된다. 아울러 출하 조절 품목도 사과·배에서 노지채소로 확대하고, 정부 비축 능력도 강화한다.
소비자들에게도 다양한 가격·유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 내년 중 보급될 예정이며, 오는 2028년까지는 생산자-유통인-소비자를 아우르는 통합 정보 플랫폼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합리적 소비와 안정적 가격 형성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