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면세점 업계는 되려 매출 감소세에 시달리며 위기를 맞고 있다. 방문객은 늘고 있지만 이들이 면세점에 쓰는 지갑은 얇아지고 있는 것이다.
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면세점 총 매출은 919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5억 원) 대비 8.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한 인원은 236만 명에서 258만 명으로 9.2% 늘어났다. 방문객 수는 증가했지만 매출은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1인당 면세 구매액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7월 42만6000원에서 올해 35만6000원으로 16.4% 감소했다.
과거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이 면세점 시장을 지배하던 2021년 1인당 구매액은 263만원까지 가기도 했지만, 2022년 164만원, 2023년 62만원, 올해 7월 35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면세점 업계의 주 수익원이던 고액 구매 고객이 줄어들면서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7월 국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고, 이 중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도 25.1% 늘었지만, 이들이 지출한 총 구매액은 되려 14.2% 줄었다. 전월(6월) 대비로도 구매 인원은 2.2% 늘었지만, 매출은 22.1% 감소했다.
업계는 이러한 부진의 원인을 외국인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서 찾는다. 과거 대형 면세점이 독점하던 관광 쇼핑 수요가 최근에는 올리브영, 무신사 등 국내 로컬 브랜드 매장으로 분산되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은 외국인을 위한 체험존, 간편 결제 시스템 등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며 주요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면세점은 제한된 공간과 상품 구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모두 적자로 전환된 반면, 올리브영과 무신사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K-컬처 인기로 관광 수요는 늘고 있지만 쇼핑 행태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면세점 업종은 현재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 사업자 간 임대료 갈등에서도 드러난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속된 실적 악화를 이유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공항공사는 이에 대해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항 측은 여객 수를 기준으로 책정된 기존 임대료 체계를 고수하고 있으나, 면세점 측은 "실제 매출이 반영되지 않은 구조"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법원 조정마저 결렬되면서, 일부 면세점의 인천공항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오는 9월 말부터 시작되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기회로 삼아, 면세점의 콘텐츠 및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