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에 따라 금융사들이 추후 '머니무브'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수신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은행들도 주가연계예금(ELD) 출시 등을 통해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오른다.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은행·저축은행·보험·금융투자업뿐만 아니라 각 중앙회가 보호하는 상호금융의 예금보호한도도 상향된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금융회사나 상호금융 조합·금고가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해도 예금을 1억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그간 5000만원 한도에 맞춰 예금을 분산 예치해 온 고객들 역시 이런 수고에서 벗어나 높은 수신상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시중은행에선 3%대 예금상품이 사실상 실종됐기 때문이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은행(NH농협·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금 금리 구간은 2.30~2.51%로 형성됐다. 2금융권(평균 2.99%)과 비교해 금리가 낮아 고객들이 자금이동이 전망된다.
◇ 2금융권 머니무브 전망···ELD 경쟁 나선 주요은행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요 은행들은 주가연계예금(ELD) 상품을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섰다. ELD는 원금이 보장되면서 주가지수에 따라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최대 4% 후반대에 달한다.
다만 중도 해지 시 원금 보장을 받을 수 없고 지수 변동성에 유의해야 하지만, 다른 투자상품과 비교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ELD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주요 은행들의 ELD 판매액(4조6572억원) 중 80%(3조9877억원)을 차지한다. 신한은행 '세이프지수연동예금 25-19호(1년)'는 최초 지수(8월 28일 종가 기준) 대비 만기지수(1년 후 종가)가 오르고, 지수 상승률이 10%이내일 경우 최고 연 2.69%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ELD 상품을 출시했다. 상승추구형은 코스피200 지수가 0~10% 사이에서 움직일 시 연 2.55~2.75%의 금리를 적용, 10%가 넘어가면 2.75%로 고정된다. 상승낙아웃형은 최대 4.40%의 금리까지 받을 수 있어 지수가 10%를 넘기면 2.40%의 최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ELD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7월부터 '지수플러스정기예금(ELD) 25-15'를 다시 판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코스피200지수 연동형으로 금리 범위는 연 2.35~3.25%로 형성됐다. 지수 변동이 20% 이하 시 최대 3.25%, 초과할 경우 2.35%로 고정된다.
NH농협은행도 이달 5일까지 '지수연동예금 25-5호'를 내놓은 바 있다. 확정금리는 연 4.65%로 수익 'Ⅰ·Ⅱ·Ⅲ' 총 3종으로 구성됐다. 금리는 Ⅰ형 만기지수가 최초 지수와 비교해 0~20% 이하 상승, Ⅱ는 -10~10% 이하, Ⅲ형은 0~25% 이하 상승 구성으로, 연 1.5~5.0% 수익률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LD는 기초자산 변동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고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 원금까지 보장돼 최근 인기가 높아졌다"며 "저금리로 정기예금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는 고객들에게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리스크 산적···수신 늘린 저축銀, 망설이는 상호금융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 시 수혜가 예상된 곳은 저축은행이다. 이달 들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0%로 올라섰다. 이날 기준으로는 2.99%를 기록 중이다.
저축은행들은 중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다른 금융권뿐 아니라 저축은행 내에서도 머니무브가 예상돼, 대형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BNK저축 '삼삼한정기예금'(3.25%) △HB저축 'e-정기예금', '스마트 6개월회전정기예금' (3.26%) △더블저축 '정기예금'(3.26%) △동양저축 '정기예금'(3.26%) △머스트삼일 'e-정기예금', '비대면정기예금'(3.26%) 스마트저축 'e-로운정기예금', 'e-정기예금' (3.25%) 등이 판매중이다.
상호금융권도 머니무브 기대감이 제기됐지만, 높은 연체율 등 건전성 악화로 당장 예금 금리를 올리는 전략을 선택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금융기관의 전체 연체율은 2022년말 1.75%에서 올해 1분기 4.92%로 2년만에 2배 이상 올랐다. 이 중 상호금융의 연체율은 6.45%로 동 기간 4.3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도 부진했다. 올해 1분기 상호금융의 총자산순이익률(ROA)는 -0.08%로 낮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시장 둔화가 지속된 영향이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으로 인한 머니무브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해결하지 못한 연체도 많고,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수신을 늘리는 것보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9월 보호 한도가 상향되긴 하지만 만기가 도래해야 하다보니 정확한 자금 이동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2금융권은 연체율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 적극적인 수신 경쟁에 나서도 안정성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