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로 인해 저축은행들이 지점 축소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금자보호한도가 조정되면서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업계 반응은 미온적인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오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예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의 '머니무브'(자금대이동)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측과 달리 저축은행 업계에선 수신 규모 확대를 통해 여신 사업을 강화하기에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다, 예금자보호한도 조정에 따른 예금보험률 인상이 오히려 부담된다는 반응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예금자보호한도란 소액예금자를 우선 보호해 금융사가 부실·파산 등의 이유로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한도 금액을 뜻한다. 현재 개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 받을 수 있으며, 착오송금 환급 한도도 동일하다. 

예금자보호한도 조정은 지난 2001년 이후 24년 만에 손보는 것으로,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규모 등을 감안했을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업권의 보호한도 비율은 1.2배로, 미국(3.1배)·영국(2.2배)·일본(2.1배)을 크게 밑돈다.

이번 조치에 따라 2금융권으로 여윳자금이 대거 이동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대다수 금융소비자들이 보호 한도에 맞춰 은행에 자금을 맡기는데,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위와 예보가 공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16~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저축은행 업계는 기대만큼 수신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예금보험률 인상 등 비용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더구나 저축은행 입장에선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이 커지면서, 외형적 확장보다 건전성 관리 등 내실 다지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는데,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율은 8.52%로, 직전년도(6.55%)와 비교해 1.97%p 상승했다. 이중 기업대출 연체율은 12.81%로, 전년(8.02%)대비 4.79%p 늘면서 9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동기간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10.66%를 기록해 직전년도(7.75%)대비 2.91%p나 올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은행의 대출 방식과 차이가 있기도 하고, 업황이 좋지 않아 저축은행이 대출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현재 내실경영과 건전성 지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부동산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 정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12월까지 5조2000억원 가량의 PF사업장이 구조화됐지만,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맞물려 사업장 정리 속도가 둔화돼 추후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3대 기업 신용평가사(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들어 8곳의 저축은행의 신용평가 등급을 강등하거나,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몸집 불리기'보다 건전성 관리가 시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 여·수신규모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대출사업을 위한 자금 대부분을 전적으로 수신에 의존한다. 수신잔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여신사업의 운신 폭도 쪼그라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여신규모(연말 기준)는 △2022년 115조220억원 △2023년 104조1000억원 △2024년 94조9000억원 등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신잔액도 △2022년 120조2384억원 △2023년 107조1491억원 △2024년 102조2204억원으로 매해 10% 가까이 줄어든 추세다. 올해 2025년 2월말 기준으로만 100조5769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소식에도 저축은행 업계의 반응은 냉랭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0.4%로, 증권·보험(0.15%), 상호금융(0.2%)보다 높고, 은행(0.08%)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차이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정중이지만 예금보험료율이 올라가면 고객과 금융사 모두 타격이 생길 것"이라며 "고액 예금자들이 기존에 쪼갰던 예금을 합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보험료율 부담이 커진다면 금융사 입장에서도 예금금리를 개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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