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금융권이 향후 머니무브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금융권이 향후 머니무브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예금자보호 한도가 1일부터 상향되면서 각 금융사들이 머니무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금자보호법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은 24년만이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금융사 파산이나 영업정지 등으로 예금 지급이 어려운 경우에도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억원까지 보호 받을 수 있다.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의 경우 가입 시점과 관계 없이 적용된다. 금융사나 상호조합·금고 내에 사회보장적인 성격을 감안해 일반 예금과 별도로 퇴직연금(확정기여형DC퇴직연금·개인형 퇴직연금·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적립금 중 보호상품 운용 금액)도 해당된다. 

다만 펀드와 실적 배당형 상품, 증권사 CMA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도 도입 초반 수혜가 전망된 곳은 저축은행이다. 수신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가 보통 1%내외로 높다. 반면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불안하다는 인식 때문에 예금보호 한도를 넘는 자금을 저축은행에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 

저축은행 전체 예금 중 90%가량이 예금자보호한도 대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금보호한도가 상향되면 그만큼 예금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여윳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호 한도 상향에 따라 저축은행 예금이 16~25%가량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은 바 있다. 

저축은행들은 업황 부진으로 수신을 적극 늘릴 수 없었지만, 최근 수신잔액 유지를 위해 금리를 높이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뿐 아니라 대형 저축은행과의 수신경쟁을 위해 금리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개곳의 평균 정기예금(12개월 기준) 금리는 2.99%로 같은 날 주요 은행 5곳(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금리 구간(2.39~2.51%) 대비 높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금리 격차가 이전보다 크지 않아 단기적인 머니무브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업권이 수익성 저하와 건전성 악화로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금리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초 이후 저축은행에서도 연 4% 정기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중은행과의 예금금리 차가 상대적으로 좁혀졌다. 

그럼에도 중장기적 효과는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이 점진적으로 업황을 개선하고 경영 흐름이 안정화 되면 수신 영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2570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3804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올해 6월말 기준 평균 연체율도 7.53%로 직전분기(9.00%) 대비 감소하면서, 경영 안정성에 주력하고 있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저축은행이 시장환경 개선, 운용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을 일부 수준 회복할 경우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유의미한 자금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경우 큰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2000조원에 달하는 수신잔액을 보유하고 있고, 고객층이 다양해 이미 보호한도를 넘긴 고액 자산가 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주가연계예금(ELD)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제도 도입 초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ELD는 원금이 보장되면서 주가지수에 따라 예금보다 높은 금리(최대 4% 후반)를 받을 수 있으면서 예금자보호 한도가 적용된다. 현재 ELD를 판매하고 있는 주요 은행 4곳(신한·KB국민·하나·NH농협)이 올해 들어 7월말까지 ELD 상품 판매액은 5조5254억원으로 지난 한해 판매액(7조3733억원) 대비 빠른 속도로 늘었다.

당국은 향후 자금 이동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이라는 문구는 국민의 안심과 믿음의 무게인 동시에 이를 토대로 '금융권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책임감의 크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금융업계와 소통하며 제도 시행 상황을 주시하고, 관계기관과 자금 이동 상황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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