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파이낸스 문영제 기자] 지난달 한국의 미국향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100% 가까이 급감하며 202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와 세액공제 종료 영향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는 유럽 등으로 수출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24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 신차는 164대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달 6209대 대비 97.4% 감소한 수치다. 대미 전기차 수출이 90% 이상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1만3280대에 달했던 수출 물량이 불과 1년 만에 1.2%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올해 들어 1∼7월 누적 대미 수출량은 8443대로 작년 동기 7만2579대와 비교해 88.4% 줄었다. 최근 3년간 누적 수출량은 2023년 6만5981대, 2024년 7만2579대였지만 올해는 1만대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급감의 배경으로는 미국 내 전기차 구매 보조제 축소와 현지 생산 확대가 지목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 부담을 피하고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공장 물량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건설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을 생산하며 생산분의 대부분을 현지 판매로 소화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판매 부진에 따라 국내 공장도 반복적으로 휴업하고 있다. 울산 1공장 12라인은 이달 14∼20일 가동을 중단했으며 올해 들어 6차례 휴업이 이어졌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전기차 판매가 연간 최대 4만5828대 감소해 매출 19억5508만달러, 약 2조7200억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 달 종료 예정인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도 추가 부담 요인이다. 보조금은 최대 7500달러 규모로 시장 수요를 떠받쳐왔지만 폐지되면 한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한층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지난달 유럽향 전기차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3% 늘어났다.

업계는 탄소중립 정책이 빠르게 자리잡는 유럽 등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당분간 성장 모멘텀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전략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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