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에 대해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뿐 아니라 하반기 더 많은 품목으로 관세 확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과 나아가 수출 공급망에도 차질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을 고율 관세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번 조치로 해당 제품에 포함된 철강·알루미늄 함유분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나머지 부품에 대해서는 기존 한·미 간 관세율(15%)이 적용된다. 표면적으로는 원자재 부분에 국한된 조치지만 실제로는 최종 제품의 원가 부담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대상에는 기계류, 자동차 및 트랙터 부품, 전자기기, 냉장·냉동고, 변압기, 전선 화장품 용기 등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친 품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관세 부과가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은 소비재부터 기계·전력 설비까지 폭넓게 걸쳐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번에 추가된 관세 대상 품목으로 인해 대미 수출액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추가된 관세 대상 품목에 대한 미국의 한국 제품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118억9000만달러(약 1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해당 품목의 전세계 수입액 중 5.8%에 달한다. 품목별로는 냉장·냉동고(16억달러), 화장품 용기(12억달러), 포크 리프트 트럭(5억달러), 트랙터 엔진(2억4000만달러)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산업부는 "수출 비중이 큰 품목들이 관세 대상에 포함돼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시급히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부는 중소·중견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해 수입 규제 대응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원산지 증명 및 철강·알루미늄 함량 검증 컨설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한국산 제품에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의 이러한 설명에도 국내 산업계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일회성 규제가 아닌 향후 보호무역 기조 강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이번 품목 확대를 자국 업계 요청에 기반해 결정한 배경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엄중한 잣대를 강조하는 까닭이다.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이번 조치는 관세 적용을 확대하고 회피 경로를 차단해 미국 산업의 지속적인 재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관해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가전 등 주력 품목이 다수 포함돼 부담이 커졌다"며 "하반기 반도체 장비나 전기차 부품 등 전략 산업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대미 수출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철강·알루미늄 함유율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질 경우, 통관 지연과 물류비용 증가 등의 부담이 고스란히 국내 수출 업체에 더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단순한 관세율 인상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운영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아름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향후 진행될 추가 협상 단계에서 정부는 국내 산업을 지키기 위한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할 것"이라며 "미 업계의 주장에 방어 논리를 구축하고 부당한 관세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