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금융당국의 수장으로 이억원(58) 전 기획재정부 차관과 이찬진(60) 변호사가 내정됐다. 두 후보자 모두 실무형 인재로 꼽히는 만큼,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생산·포용 금융' 관련 정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조직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이 내정됐다는 점에서,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현안 해결에 초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신임 금융위원장에 기획재정부 차관출신인 이억원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를 지명했으며, 금융위는 새 금융감독원장에 이찬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로써 새 정부 출범 이후 두달간 수장 공백 상태였던 금융당국의 인선이 마무리됐다.
1967년생인 이억원 내정자는 행정고시 35회 출신으로, 공직사회 진출 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냈다. 현재는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과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1964년생인 이찬진 내정자는 사법시험 28회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18기를 수료했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 정부에서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역임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통령 관련 재판에서 변호를 맡은 바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인사로 수장 공백에 따른 금융권의 불안감이 크게 해소됐으며, 각종 금융정책 현안 해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국정기획위가 공개한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골자는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편중된 자금을 생산적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계부채 억제, 자본시장 혁신, 포용적 금융 강화 등 굵직한 현안들을 해소해야 하며, 이를 위한 중장기적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두 수장 모두 실무형 전문가로 구성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먼저 이억원 내정자는 경제관료로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만큼 거시경제와 금융정책 등에 전문성이 부각되는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으로서 코로나 팬데믹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싱크탱크 역할을 해 왔다.
이찬진 내정자 역시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경험이 풍부하다. 다년간 자본시장 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는 등 직무수행 능력도 탁월하며, 사회1분과장으로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등을 설계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억원 내정자는 금융 정책 실현에 중점을, 이찬진 내정자는 금융감독의 공정성과 소비자 보호에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역할 분리는 전 김병환-이복현 체제와 유사한 구조로, 두 기관간 협력과 조율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확정되기 전 수장 인선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앞서 국정위는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을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바 있다. 해당 안엔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권간 이견을 보이면서 조직개편안 발표가 미뤄졌다. 나아가 가계부채 문제나 상법개정의 시장 안착 같은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갑작스런 조직개편으로 혼란이 커질 경우 정책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조직개편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부상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선으로 당분간 현행 체계가 유지될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기재부 출신이 금융위 수장으로 내정된 점은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는 개편과정에 대한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금융위원장 지명이 금융위 존치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직개편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금융위가 활동하고 있으므로 금융위원장 지명은 당연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