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UAM 법인 슈퍼널의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UAM 법인 슈퍼널의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꼽히는 도심항공교통(UAM)이 미래 도시 인프라 핵심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건축·토목·플랜트 등 전통 산업을 넘어 앞으로 UAM 상용화에 대비해 항공형 인프라 선점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이제 막 시작된 ‘하늘길 경쟁’에는 기회도 리스크도 공존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정부 주도 '한국형 UAM(K-UAM) 그랜드챌린지'에 참여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UAM 민관합동 실증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항공기 운항뿐 아니라 버티포트(도심형 수직이착륙장) 건설과 운영체계 구축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업이다. 국토부는 향후 국내 UAM 상용화를 위해 작업 중이며, 이달 중 UAM 지역시범사업의 결과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UAM을 미래 핵심 신사업으로 규정하고 버티포트에 들어설 업무·상업시설 개발 등 UAM 관련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UAM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버티포트 분야를 맡아 지난해 4월 현대차,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KT와 ‘원팀’을 구성, 한국형 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대건설은 연내 실증사업에서 UAM 서비스와 연계한 버티포트 설계 시공도 맡는다. 출국 게이트 내부와 보안 검색, 승객 터미널 등 총 세 가지 구역에 대해 실현 가능한 버티포트 구축 모델을 준비 중이다. 

GS건설은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가 참여한 'UAM 퓨처팀' 컨소시엄에서 버티포트 구축및 운용 기술 연구, 시스템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 등과 함께 K-UAM 퓨처팀 컨소시엄을 구성한 GS건설은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형 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실증사업을 완료했다. GS건설은 이 중 버티포트 운영시스템 검증을 맡아 고밀도 도심 환경에서도 시스템이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시험했다. 

지난 6월에는 유아이그룹과 UAM 사업 상용화 공동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GS건설과 유아이그룹은 국토교통부 및 지자체 주도의 UAM 시범사업에 공동으로 준비하고, 도심 내 안전한 운항을 위한 실제적 역량과 체계를 구축, 도심항공교통 초기 시장 진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 단순 시범사업 참여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UAM 시장 확장을 위한 공동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구체화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또한 그룹 계열사인 롯데이노베이트, 롯데렌탈과 ‘롯데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7월 1단계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약 4주간 대역기(헬기)를 활용해 진행된 실증을 통해 항공기 운항과 버티포트 관리, 운항지원 등의 역할을 완수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 국립한국교통대, 청주대 등과 '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 사업' 중 '이동식 모듈형 버티포트 설계, 시공 기술 및 감시시스템 개발' 과제에 선정돼 내년까지 울산시에 모듈형 버티포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잠실 MICE와 수서역 복합개발,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 등 대형 도심 복합개발 프로젝트에 '빌딩형 버티포트'를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한국공항공사·포스코와 협약을 맺고 공동연구에 나섰다. 한화 건설부문은 설계·시공을, 한국공항공사는 항공 분야, 포스코는 강재·강 구조 활용 기술 활용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빌딩형 버티포트에 특화된 경량 이착륙 패드를 개발한 바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UAM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은 도심 내 고층빌딩 옥상과 환승센터, MICE 시설 등과 연계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예상한 UAM의 2040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약 2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버티포트 인프라 시장은 약 1000억달러(약 13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기술력, 제도, 시장성 등 산적한 과제도 만만찮다. UAM 상용화를 위해선 기존 시공 기술 외에 항공기 운항·정비·통신 등 복합 기술이 필요한 만큼 기술 파트너십 확보 없인 진입조차 쉽지 않은 데다 기존 도시계획, 항공법, 소음 규제 등 다양한 법·제도와 충돌할 소지도 크다. 여기에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시장 수요와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리스크도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건축·토목·플랜트 등 기존 전통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포트포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UAM 상용화 이후 시장이 커질 때를 대비해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고 규제나 수요, 안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적인 환경을 갖추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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