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해 "힘든 시기가 지났다"라거나 "부활했다"라는 말을 꺼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까지 실적은 분명 예년보다 침체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는 최근 '부활'을 논하기에 충분한 몇 가지 징후와 성과들이 있다. 여전히 미·중 갈등과 관세 위협,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최근 삼성전자에 보이는 긍정적인 징후들과 앞으로 성과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는 지난 17일부터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년간 따라 다니던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혐의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지었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 동안 재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이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벗어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오너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특히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컨트롤타워 복원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최근에도 이 위원장은 "재판에 대한 굴레에서 벗어나서 죽기를 각오하는 공격적 경영을 해야만 국제 사회에서 삼성이 발전하고 삼성에 의존하는 국민 경제가 함께 발전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등기이사 복귀와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올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컨트롤타워 복원을 공식화 할 경우 혁신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지휘할 수도 있다. 실제 삼성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삼성글로벌리서치에 마련된 경영진단실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28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미국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파운드리사업부에 대규모 계약이 체결되면서 이 회장이 물밑 조율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이재용 회장과 직접 파트너십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2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삼성 회장 및 고위 경영진과 화상 통화를 통해 실제 파트너십이 어떤 모습일지 논의했다"며 "양사의 강점을 활용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에 테슬라와 맺은 계약은 2025년 7월 24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 맺은 것으로 분기당 약 7000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다만 계약 금액과 기간은 사업 과정에서 변동될 수도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사진=연합뉴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사진=연합뉴스)

현재 파운드리사업의 적자 규모를 고려하면 큰 성과는 아닐 수 있지만, TSMC 중심의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TSMC만 바라보다는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어 삼성전자로 향하는 계약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M&A도 추가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AI 기술 기업 옥스포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와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고 올해 유럽 공조 전문기업 플랙트와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를 인수했다. 또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과 삼성메디슨도 각각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소니오를 인수했다. 삼성메디슨이 인수한 소니오는 AI 진단 보조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의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AI와 공조, 로봇, 헬스케어 등 DX부문에서만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신기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DS부문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M&A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의 경우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쉽지 경쟁당국에서 쉽게 승인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한종희 전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분야는 주요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이슈도 있어 M&A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 나서서 반도체 M&A에 성과를 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시장의 주요 트렌드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투자 적기를 놓쳐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자체 기술력을 통해 올 하반기 HBM4부터 추격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M&A를 통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여기에 현 정부에서 이 회장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펼치기 위해 기업과 협력이 중요한 만큼 이 회장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 회장은 그동안 정부 정책에 맞춰 경제사절단 참여 등 협력을 해왔으나 재판에 묶인 만큼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치진 못했다. 2017년 박근혜 정부 이후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상태에서 처음 맞이한 정부가 이재명 정부다. 이에 따라 정부와의 협력 관계가 앞으로 더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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