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해 "힘든 시기가 지났다"라거나 "부활했다"라는 말을 꺼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까지 실적은 분명 예년보다 침체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는 최근 '부활'을 논하기에 충분한 몇 가지 징후와 성과들이 있다. 여전히 미·중 갈등과 관세 위협,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최근 삼성전자에 보이는 긍정적인 징후들과 앞으로 성과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74조6000억원, 영업이익 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7% 늘었으나 전분기 대비 5.7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23%, 전분기 대비 30% 줄었다. 

삼성전자는 매출이 소폭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사업의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과 비메모리 사업의 대중 제재 영향에 따른 재고 충당 발생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DX부문 역시 스마트폰 비수기와 TV 시장 경쟁 심화 등이 실적에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번 2분기를 기점으로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전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우려되지만 AI와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산되며 IT 시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1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추가 재고 충당으로 비효율을 정리하는 등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 회복과 모바일·디스플레이 사업 성수기 진입에 발맞춰 AI 수요 대응을 강화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D램은 일회성 비용이 제거되고 ASP(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한다. 낸드 역시 ASP가 안정돼 적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3분기 갤럭시Z폴드7, Z플립7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출시돼 DX부문 역시 영업이익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갤Z폴드7, Z플립7 출시와 아이폰17 출시에 따른 SDC 실적 개선, DS부문의 일회성 비용 해소, AMD향 HBM3E 12단 공급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양사의 계약이 2025년 7월 24일부터 시작하는 만큼 하반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의 적자폭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9일 공개한 갤럭시Z폴드7, Z플립7은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 개선에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국 뉴욕 브루클린 듀갈 그린하우스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갤럭시Z폴드7을 소개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9일 공개한 갤럭시Z폴드7, Z플립7은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 개선에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국 뉴욕 브루클린 듀갈 그린하우스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갤럭시Z폴드7을 소개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여기에 31일 한미 관세 협상이 체결되면서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도 상당부분 해소됐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대미 투자펀드 조성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투자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에 실질적인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첨단 공정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부담 완화와 투자금 유입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사업 채산성 개선과 중장기 글로벌 고객사 대응력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반도체 부활의 핵심이 될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 HBM3E 12단의 엔비디아 품질테스트 통과가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엔비디아 주요 임원진들과 만나 HBM3E 12단 공급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초부터 HBM4(6세대 HBM)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만큼 새로운 기술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에서 "10나노급 D램 1c 공정의 양산 전환 승인을 완료했고 이를 기반으로 HBM4 제품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을 잡고 있는 SK하이닉스보다 한 세대 앞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E(7세대 HBM)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세메스와 기술 개발을 통해 이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부활은 차세대 HBM의 엔비디아 공급과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달렸다.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TSMC 수주 물량 포화에 따른 추가 파운드리 수주가 기대되고 있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반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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