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의 고액 임대료를 둘러싼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법원이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 임대료 수준 산정에 나섰다. 이번 분쟁은 공항 운영과 유통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25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양사는 각각 지난 4월과 5월 인천지방법원에 조정신청을 제기해,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의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지난 6월 30일 1차 조정을 실시했고, 8월 14일 2차 조정이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지난 7월 14일 삼일회계법인에 감정촉탁을 의뢰, 면세점 재입찰 시 시장에서 형성될 수 있는 임대료 수준을 산정하고 있다.
면세점은 임대료 협상이 안될 경우 철수 의지도 드러냈다.
신라·신세계 면세점의 법률대리인 측은 "조정이 결렬될 경우 두 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며 "이후 재입찰에서 공사가 더 낮은 임대료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 조정은 공사에도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지난 2023년 7월부터 10년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 8년의 운영 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면세 특허권 입찰 당시 신라와 신세계가 제시한 여객 1인당 수수료는 약 1만원이다. 여기에 매달 인천공항 이용객 수가 300만명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체당 월 임차료는 대략 300억원, 연간 360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이는 신라면세점 연매출의 약 11%, 신세계면세점의 약 1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면세점은 현재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급감과 내외국인 개별 관광객의 소비패턴 변화, 고환율 등으로 면세점 구매자 수가 급감해 임대료 인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됐고, 신세계면세점도 2023년 866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59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역시 양사는 각각 50억원, 23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조정 자체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법원의 강제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나, 수십억원에 달하는 인지대 부담으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당시 면세점 사업권은 공개 경쟁입찰 방식이었고, 치열한 경쟁 끝에 낙찰된 것이기 때문에 조건을 변경할 경우 다른 입찰자의 반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면세점 측이 추가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조정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다음 조정기일에는 불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면세점 업계는 이번 조정 결과가 향후 공항 면세점 운영권 계약의 구조와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14일 열리는 2차 조정기일에서는 회계법인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이 적정 임대료 수준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