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 제2여객터미널 주류 매장. (사진=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 제2여객터미널 주류 매장. (사진=신라면세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긴 불황 터널 속 국내 면세점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엇갈리며 출발한 모습이다. 최근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 중단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내선 롯데면세점은 흑자 전환했고, 반면 신라면세점은 적자 전환하며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면세점들이 비상경영체제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각 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24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369억원, 1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2.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는 면세점 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줄어든 외형은 롯데면세점이 올해 초 다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한 영향이 컸다. 다이궁은 면세점의 '큰 손'이라 불렸으나 각종 할인과 환급 혜택, 송객수수료가 발생하면서 면세점은 그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은 거래 중단으로 매출 공백을 감수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었다.

회사 측은 "사업 환경이 바뀌면서 외형 중심의 성장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경영 활동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며 "수익성이 낮은 다이궁 거래를 중단하고, 대신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직접 유치하거나 개별 관광객을 받기 위한 마케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면세점은 1분기 2935억원 매출을 올리며 지난 동기 대비 22.1% 매출액이 늘었다. 흑자전환은 못 했지만 19억원을 내며 1년 전보다 영업손실 규모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실적 개선에 대해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공항점 내 시계와 주얼리 등 럭셔리 상품군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1분기 매출액 561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15.4% 신장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23억원을 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점 매출은 증가했지만, 인천공항의 정상 매장 전환으로 임차료가 증가한 탓에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반면 신라면세점의 경우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하락했다. 1분기 기준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지난해 8307억원에서 올해 8271억원으로 0.4% 소폭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엔 5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업계에선 인천공항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가 면세점들의 수익성에 일부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2023년 인천공항 면세구역 특허사업자 심사에서 1~4구역은 신라와 신세계가, 5구역은 현대가 각각 사업권을 받았다. 10년 사업권이 걸린 이 심사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임대료 산정 방식을 '고정임대료'에서 '여객수연동' 방식으로 바꿨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얼어붙은 여행수요가 회복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각 사가 써낸 객당 수수료를 한 해 인천공항 출국객 수(3500만명)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신라는 약 4100억원, 신세계는 약 4030억원, 현대는 400억원을 인천공항에 임대료로 지불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여객 수가 회복됐으나 매출로 직결되지 않아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의 임대 수수료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면세점 매출 총액은 24조8600만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4조22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경기 침체, 고환율 등으로 소비자가 면세점을 잘 찾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이달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40% 감면을 인하해 달라는 조정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낸 상황이다. 인천지법은 신세계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의 조정기일을 내달 1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면세점들은 정부가 3분기 중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비자 면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하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에 중국인들의 씀씀이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시점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은 면세점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기 때문이다.

이에 면세점들은 전략 수립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타깃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 부문을 신설하고 이 부문에 GT팀(Group Tour팀)을 배치했다. GT팀은 중국 내 사무소 및 현지 여행사와 함께 중국인을 겨냥한 여행 패키지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중국 간편결제사와의 제휴도 강화할 준비도 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객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부가가치 외국인 비즈니스 단체(MICE)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업 방문단과 비즈니스 관광객에게 시내면세점 중 최대 규모의 명동점 미디어파사드 웰컴보드를 노출하는 식의 VIP 경험도 제공한다.

현대면세점은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단체관광객 전용 데스크와 외국인 VIP 전용 라운지를 설치했다. 또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관광 관계 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등급별로 현대면세점 멤버십 등급을 매칭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유커의 쇼핑 편의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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