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는 풍전등화와 같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관세에 이어, 25% 상호관세까지 예고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명분은 무역 불균형 해소와 자국 제조업 보호다.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그 이면에는 현지 완성차 업계 점유율 하락과 고용 부진이라는 구조적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할 때, 관세 리스크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때 미국 자동차 시장의 85%를 점유했던 디트로이트 3사(제너럴모터스·크라이슬러·포드)는 이제 한국과 일본 완성차 업체에 밀려 역전을 허용한 상태다. 2024년 기준 이들의 미국 내 판매량은 정점이던 1978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한·일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도 5.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수치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꺼내 든 이유다. 줄어든 점유율과 이로 인한 고용 위축 속에서 흔들리는 산업 기반을 되돌리려는 의지가, 관세 추진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결국 이는 그가 되찾고자 하는 주도권이자, 현지 업계가 체감하는 위기의 실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식은 무역 흑자국에 대한 강경한 조치로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은 그 중심에 놓여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중 자동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은 자동차 부문 무역 적자 규모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을 예고한 상호관세는 무역 흑자 규모가 클수록 관세율도 높아지는 구조이기에, 대미 흑자 기조가 지속돼 온 한국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양사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171만대 가운데 114만대가 한국에서 수입된 차량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상호관세 25%가 적용될 경우 대당 60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연간 부담은 현대차 5조1000억원, 기아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양사 연간 영업이익의 20~30%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가격 인상으로 수요가 위축되면 그 여파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물론 현대차·기아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공장 메타플랜트(HMGMA) 가동을 포함해 총 210억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를 단행,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미국 내 생산 확대에 나선 상태다. 다만 여전히 수입차 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간 근본적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양사는 이달 말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대응 전략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관세 충격을 최소화할 단기 해법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구조 전반을 재정비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응 전략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손실 회피를 넘어, 앞으로의 방향성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관세가 무역 적자 해소를 넘어 산업 주도권 회복을 겨냥한 미국의 구조적 정책 기조인 만큼,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어떻게 버틸 것인가'보다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묻는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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