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이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달이 된다. 5년이라는 긴 임기 중 한달은 어쩌면 굉장히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열흘만에 5대 그룹 총수, 경제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기업 성장을 막는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기업은 국가 경제 발전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간담회에 참석한 총수들은 점차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투자 시그널을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이 한달이 된 가운데, 각 기업들의 달라진 움직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달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달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산업이었지만, 중국의 물량 공세와 미국의 관세 압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BYD와 같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잇달아 한국에 진출하면서 가성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 대중화 전략을 취하면서 장기적으로 전기차로 전환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의 보급을 확대하고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보급형 모델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8월 발표한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33년까지 △연구개발 투자 54조5000억원 △설비투자 51조6000억원 △전략투자 14조4000억원 등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투자 계획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기차 보급 확대 계획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노후경유차 조기 대·폐차 지원을 통한 수송부문 탈탄소를 가속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을 50%로 끌어올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침체된 배터리 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 앞서 지난 정부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그 결과 전기차 보급률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 중 전기차는 8.9%에 불과하다. 2022년 9.7% 이후 매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이재명 정부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국산차에 한정해 인상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2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연구소장들이 모여 진행한 간담회에서 김견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장은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며 "우리도 국내 전기차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 등 지원책을 다각도로 모색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 후보 당시에도 전기차 보조금 확대를 강조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대폭 확대해 자동차 회사가 생산량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며 "이를 통해 구매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출고까지의 대기시간도 단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전기차 보급 확대 기조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3~4%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BYD와 지리, 테슬라가 3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다소 정체된 상태다. 다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는 도요타그룹, 폭스바겐그룹과 함께 'TOP3'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은 4년 동안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해 북미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보조금 정책 변화로 현지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 간에 대화가 없었던 만큼 양국의 첫 정상회담에 현대차그룹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달말께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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