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이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달이 된다. 5년이라는 긴 임기 중 한달은 어쩌면 굉장히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열흘만에 5대 그룹 총수, 경제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기업 성장을 막는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기업은 국가 경제 발전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간담회에 참석한 총수들은 점차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투자 시그널을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이 한달이 된 가운데, 각 기업들의 달라진 움직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롯데를 포함한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통 정책에 대해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민생분야 20대 의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용적 시장주의'를 내세운 만큼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내세우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통·식품 기업인 대표로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언급을 했을 수도 있다. 현재 롯데와 SSG 등 유통 대표기업들은 이커머스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 모두 새로운 유통 트렌드 조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중이라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위축은 자칫 주력사업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미래형 쇼핑몰'에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롯데그룹은 현재 유통·식품 못지 않게 석유화학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 중동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장기 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HD현대오일뱅크와 대산 NCC공장 통폐합을, LG화학과도 설비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빅딜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계까 뚜렷한 만큼 정부의 개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구체적인 공약을 걸진 않았으나 '석유화학 특별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특별법은 정부가 주도해 업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고부가 스페셜티 개발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업계에서 인위적인 사업재편이 어려울 경우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롯데의 석유화학 산업이 난항을 겪는 만큼 신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석유화학 업황 회복을 위한 대책을 건의했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1~2년 내에 무너지는 석유화학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1~2년 내에 무너지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며 "그러면 정부가 강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유통 산업의 규제 개선과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개입을 주문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 역시 규제 합리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형마트를 포함한 유통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은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사업에 받는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주요 신사업들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 정부의 AI 정책과 맞물린 지점도 많은 만큼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2023년 4대 신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을 꼽았다. 여기에 AI를 접목하면서 융복합 혁신과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해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그룹의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해 매출 1조1804억원, 영업이익 257억원, 영업이익률 2.17%를 기록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4.8% 줄어들면서 영업이익률 역시 더 낮아졌다.
김경엽 롯데이노베이트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 혁신을 만들어내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하고 거시적인 트렌드 변화에 예의주시하며 대외, 글로벌, 신사업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