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이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달이 된다. 5년이라는 긴 임기 중 한달은 어쩌면 굉장히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열흘만에 5대 그룹 총수, 경제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기업 성장을 막는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기업은 국가 경제 발전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간담회에 참석한 총수들은 점차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투자 시그널을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이 한달이 된 가운데, 각 기업들의 달라진 움직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LG그룹은 어쩌면 이재명 정부 출범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기업이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을 최전방에서 책임지던 배경훈 LG AI 연구원장과 LG그룹의 싱크탱크인 LG글로벌 전략개발원 윤창렬 원장 등이 새 정부의 초대 내각에 포함돼서다.
배경훈 원장은 새 정부의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윤창렬 원장은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지명됐다. 어떤 시설투자보다 인재를 내줬다는 점은 기업 입장에서 크게 다가올 수 있다. LG그룹은 새 정부의 정책을 맡을 인재를 배출한 만큼,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LG그룹의 현재 주력사업인 전장 부품과 배터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전기차 보급률 50%' 목표에 맞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에서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이 전장 부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함께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지은 만큼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혜택도 필요한 상황이다. 배터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직접 언급할 정도로 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구광모 회장은 주총 서면 인사말에서 "배터리와 같은 산업은 미래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시장과 기술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공정기술 등에서의 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배터리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조금 정책을 손보려는 움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말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보조금 정책을 포함해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는 내용이 의제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LG그룹은 신사업 투자를 통해 이재명 정부와 발을 맞출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AI와 바이오, 클린테크(ABC)를 제시했다. LG그룹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래 먹거리 경쟁력 강화에 5년 동안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중 LG AI 연구원이 앞장서서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은 LG그룹의 AX(AI 전환)를 주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세계 3대 AI 강국' 공약의 발판으로 규제 특례를 통한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어 '엑사원'이 거둔 성과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과기부 장관 후보자인 배경훈 원장이 '엑사원' 개발을 주도한 인물인 만큼 누구보다 '엑사원'의 잠재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LG에게는 호재다.
이 밖에 AI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 기조에도 발 맞추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4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이공계 석·박사 300여명과 과학고 영재 27명을 초청해 'LG 테크 콘퍼런스'를 열었다. 해당 행사에는 AI를 포함해 OLED, 광학 솔루션, 신약, 배터리 등 LG의 주요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이공계 인재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그룹과 별개로 LG전자 미국 법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사옥에서 해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테크 콘퍼런스'를 열었다.
LG그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신사업 육성에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에 있어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의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