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이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달이 된다. 5년이라는 긴 임기 중 한달은 어쩌면 굉장히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열흘만에 5대 그룹 총수, 경제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기업 성장을 막는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기업은 국가 경제 발전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간담회에 참석한 총수들은 점차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투자 시그널을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이 한달이 된 가운데, 각 기업들의 달라진 움직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SK그룹은 지난해 6월 경영전략회의 때부터 AI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활동의 일환으로 SK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100M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 중 출범식을 거쳐 8월 기공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7조원 규모가 투자되는 이번 데이터센터는 울산 남구 황성동 일대 3만6000㎡ 부지에 조성되며 2027년 11월까지 1단계로 40여MW가 가동되고 2029년 2월까지 103MW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100MW급 그래픽처리장치(GPU) 전용 설비를 갖춘 AI 인프라는 국내 최초이며 약 6만장의 GPU가 투입된다.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3월 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파트너십을 통해 GPU 6만장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함께 SK케미칼로부터 해당 부지를 약 283억원에 사들였다.
울산 미포 산단 부지는 인근에 SK가스의 LNG 열병합발전소가 있어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인 대규모 전력 수급이 쉬운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SK가스의 LNG 열병합발전소는 세계 최초의 GW급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로 세워졌다. 데이터센터 냉각에 LNG 냉열을 활용할 수 있는 입지적 조건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부터 진행된 것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AI 공약 이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지금 새로운 성장의 출발선에 섰다. AI 데이터센터가 지방 경제와 대한민국 성장의 새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및 국가 혁신거점 육성"이라고 밝힌 만큼 울산 데이터센터가 'AI 고속도로' 구축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출범식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으로 과감한 세제 혜택, 규제혁신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고 대한민국 AI 대전환의 성공을 이끌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AI 데이터센터에 대해 "대한민국 AI 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AI 고속도로, 글로벌 허브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 대통령에게 "AI 인프라 투자와 함께 AI 특구 지정과 원스톱 바우처, AI 인재와 스타트업 지원 등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AI)를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꾀하는 만큼 앞으로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CEO 세미나에서도 "SK의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및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우수한 AI DC를 만드는 동시에,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그룹은 향후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AI 에이전트 △로보틱스 △제조 AI △에너지 △AI 기반 바이오 등 계열사들의 모든 경영활동과 일상에 AI를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AI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달려 있다"며 "AI와 사업 모델이 밀접한 IT 영역뿐 아니라 전기·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외연을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 역시 "'모두의 AI' 프로젝트 추진 및 규제 특례를 통한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SK의 이 같은 'AI 퀀텀 점프' 전략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