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차 판매량을 이끈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 (사진=각 사)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경기 불황에도 경차가 잘 팔린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국내 경차 시장은 대형차 선호와 신차 부재 등으로 인해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올해 연간 판매량이 7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 경차 신규 등록 대수는 5626대로 전년 동월 대비 37.4% 줄었다. 올해 1~5월 누적 등록 대수도 3만8090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4만6517대)보다 33.8% 감소했다. 이와 같은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은 10만대는 물론 7만대 아래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지난해 경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0.0% 감소한 9만9211대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에 의하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를 기록한 뒤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9만8781대까지 떨어졌다. 2021년 9월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출시되며 2022년 판매량은 13만4294대까지 늘었으나, 이후 다시 감소해 2023년에는 12만4080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경차 판매량은 15년 전 수준의 3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대형화와 고급화를 선호하는 소비자 경향이 '경차 외면'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신차 부재 역시 판매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쉐보레 스파크 단종 이후 국내 경차 모델은 기아 모닝, 레이, 레이EV, 현대차 캐스퍼에 한정됐다. 캐스퍼 기반 전기차인 캐스퍼EV는 크기가 커 소형차로 분류되어 경차 판매량 증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경차보다는 중대형 차종에 집중하는 것도 경차 시장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일본 도요타는 경차 ''아이고X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차량 수요 둔화와 대형차 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경차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독보적 신차 모델이 출시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돌이키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