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지난달 중국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차 수요 확대와 현지 완성차 업체 공세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현대차는 시장 흐름과 달리 판매 부진을 보였다. 회사는 지난해 말 단행한 대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 중국 전용 전기차 출시를 앞세워 반전의 실마리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시장 전체 판매 대수는 178만1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실적을 견인한 차종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NEV)로, 34% 늘어난 90만5000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포인트 상승한 51.6%였다. 절반을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과 함께 현지 완성차 업체 품질 경쟁력 강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현지 완성차 업체의 지난달 판매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한 116만6555대로 나타났으며, 점유율도 8%포인트 오른 65.5%에 달했다.
NEV 확대와 현지 완성차 업체 시장 입지가 강화된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뚜렷한 성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대부분 부진한 성적을 냈고, 현대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차의 지난달 중국 시장 판매 대수는 1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30%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0.4%포인트 떨어진 0.6%를 보이며 사실상 경쟁에서 밀렸다.
현대차는 이러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전기차 중심 체질 개선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에 78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최근 그 결과물인 중국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를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현지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중국 주요 매체는 일렉시오 디자인에 대해 "매력적이다", "중국 젊은층이 선호할 스타일"이라며 호평을 내놓았다. 특히 아이오닉 시리즈와 유사한 일자형 헤드램프를 채택하면서도, 현지 감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성능과 기술 사양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일렉시오는 상온 기준 700킬로미터(km) 이상의 주행거리와 함께, 배터리 잔량 30%에서 80%까지 약 27분 내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또 2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와 물리 버튼을 없앤 스마트 인터페이스를 적용, 사용자 경험을 한층 강화했다.
현대차는 일렉시오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전기차 6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와의 협력을 통해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며, '인 차이나, 포 차이나, 투워즈 더 월드' 전략 아래 중국 생산 기지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요구되는 고난도 시장"이라며 "현대차가 일렉시오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제 판매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