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계가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각 후보들이 이에 대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친(親)노동자 중심, 친기업 중심의 공약을 내는 대신 노동자와 기업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움직임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정부에서도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추진을 주도한 만큼 이번 정책공약에서도 노란봉투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명칭을 변경하고 초기업 단위 교섭 활성화와 단체협약 효력 확장 등 노동자 친화적 공약을 내세웠다.
다만 이 후보는 최근 이재명 삼성전자 회장과 지난 3월 회동을 가졌고 최근에는 경제5단체(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간담회를 갖는 등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관련 공약에서는 정부의 민간 지원을 확해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등을 내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 공약을 통해 노동약자 보호법을 제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노동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다만 기업 공약을 통해 노사합의를 바탕으로 주52시간 유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노동자보다는 기업 중심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 중소기업인들은 노동조합보다 표가 적지 않느냐는 잘못된 생각으로 경제를 망치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경제5단체는 지난 10일 '미래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이라는 이름으로 차기 정부에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경제5단체는 주요 정책과제 가운데 고용노동정책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여기에는 고령인력에 대한 활용 방안과 함께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 선택권 존중, 노사관계 선진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제안 가운데 근로시간 문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52시간에 대한 탄력 적용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사관계 선진화'는 사업장 점거 금지와 쟁의시 대체근로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아달라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경제계에서는 최저임금과 노란봉투법 외에 근로시간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치권에서 주 4.5일제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서 이에 대해 우려를 전한 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8일 경제5단체가 개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주 4.5일제에 대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중소 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있다"며 "주 4.5일제 법정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노사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주길 건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4.5일은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공약으로 최근에는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 실노동시간 달성'으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후보는 경제계의 요청대로 주 4.5일제에 대해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 전 장관 자격으로 경총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시간을 경직적으로 주 4.5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모든 기업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법률이 현실에 안 맞지 않느냐 하는 말씀을 했고 저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은 당시 국민의힘이 내세운 주 4.5일제 공약과 대치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기본 근무 시간 외에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엔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의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