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 수요 의존도가 2000년 이후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최근 무역 갈등에 따른 어려움도 더욱 커진 것으로 파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 제조업 국내 및 해외 수요 의존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GDP는 2023년 4838억 달러로 2000년 1612억 달러 대비 3배 증가했다. 특히 2023년 우리 제조업 GDP의 해외 수요 의존도가 58.4%로 2000년(52.7%)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계 제조업 GDP 순위도 2000년 8위에서 2023년 6위로 상승했다. 2000년 세계 제조업 GDP 1위(27.1%)를 차지했던 미국은 2023년 2위(17.0%)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2000년 4위(6.3%)에서 세계 1위(27.1%) 국가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일본은 2위(16.2%)에서 3위(6.1%)로 하락했다.
2023년 우리 제조업 GDP의 41.6%(2014억 달러)는 국내 수요로, 58.4%(2824억 달러)는 해외 수요로 각각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제조업 GDP의 국내 수요 의존도는 2000년 47.3%에서 2023년 41.6%로 감소했으며 해외 수요 의존도는 2000년 52.7%에서 2023년 58.4%로 늘었다.
해외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독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해외 수요 의존도가 높은 반면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자국 수요 의존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75.9%)과 중국(70.1%) 제조업 GDP의 자국 내 수요 의존도는 70%를 넘었고 일본도 59.4%로 절반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기준 우리 제조업 GDP의 국가별 수요 의존도를 살펴보면 미국이 13.7%로 가장 높았고 중국(10.8%)과 일본(2.6%)이 뒤를 이었다. 다만 2000년 대비 2023년 우리 제조업 GDP의 미국 수요 의존도는 감소한 반면, 중국 수요 의존도는 2000년 4.8%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제조업 GDP의 미·중 수요 의존도는 24.5%로 주요 제조업 경쟁국인 일본(17.5%), 독일(15.8%)보다 높아,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양국 경제활동이 위축될 경우 다른 경쟁국보다 우리 제조업 생산에 더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이 포함된 '전기장비 업종' GDP의 해외 수요 의존도는 2023년 76.7%로 2000년 대비 8.5%p 증가했다. 2023년 우리 전기장비 업종 GDP의 미·중 수요 의존도(37.5%)는 주요국 중 대만(53.1%) 다음으로 높았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로 해외 수요 의존도, 특히 미·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제조업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제조업 뒷받침 없이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제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