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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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소음성 난청 산업재해(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이 7년새 5배 증가한 가운데 무분별한 산재 신청과 과다보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청자 중 70대 이상 고령자 비중이 절반에 이르면서 보상 기준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6일 소음성 난청의 산재 인정 현황과 시사점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산재 인정기준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퇴직한지 수십 년이 지난 70대 이상 고령자 중심으로 소음성 난청의 산재 신청과 보상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 산재보험제도 특정감사 결과에서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기준이 △연령별 자연경과적 청력손실을 미반영하고 △사실상 무제한 산재 신청이 가능해 고령자들의 불합리한 산재보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자는 2018년 2338건 심사해 이 중 1399건이 승인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만1466건을 심사해 6473건이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19년에는 70대 이상 승인 건수는 30.5%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49%로 절반 가까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급여 지급액도 2018년 약 490억원에서 지난해 2482억원으로 늘어났다. 

한 제조업체에서는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자 중 70대 이상 퇴직자가 2018년에는 1.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62.3%까지 늘어났다. 특히 신청자 중 13.1%는 8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4년에는 약 1조원 이상의 보험급여 지급이 예상되고 2차 베이비부머 세대(954만명)의 대규모 퇴직 및 산재신청이 본격화되면 보상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소음성 난청 승인 건수(16.1%)와 장해급여액(15.1%) 평균 증가율로 추계한 결과로 2029년 약 1만2300건 승인과 5014억원의 급여 지급이 예상되고, 2034년에는 승인 건수가 2만2938건에 급여지급액이 1조129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경총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자연발생 가능성이 높은 노인성 난청과 업무로 발생한 소음성 난청을 구분하기 위한 연령보정 기준이 부재해 불합리한 보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음성 난청은 발생 초기 외에는 노인성 난청과 구분이 매우 어렵고 기존 연령보정 기준이 2020년 삭제돼 노인성 난청도 쉽게 산재로 인정되고 있다.

또 난청 발병 후에는 청력 회복이 불가해 장해급여를 지급하는데 장해급여 청구권 발생일 기준이 '소음노출 업무 중단일'에서 '진단일'로 변경되면서 청구권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져 퇴직 후 수십년이 지나도 산재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해급여 신청 가능기간(유효기간)은 5년이나, 최초 소음성 난청 진단 후 5년이 지나도 진단서를 다시 받으면 새로운 진단일 기준으로 장해급여 청구를 할 수 있게 돼 소음 노출 작업장을 떠난지 수십년이 지난 퇴직자도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연령보정 기준이나 산재신청 유효기간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아도 국내 기준은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보정 기준 신설 및 '소음 노출을 떠난 후 3년'으로 신청 가능기간을 제한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미 제시됐으나 해당 법령 개정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행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의 미비점이 보완되지 않는 한 고령 퇴직자들의 무분별한 산재 신청과 과다보상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산재보험 취지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운영을 위해서는 소음성 난청의 연령보정 기준 신설과 '마지막 소음 노출일' 기준으로 장해급여 청구 가능기한을 적용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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