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2000㎥급 LCO₂ 운반선 (사진=HD현대미포)<br>
2만2000㎥급 LCO₂ 운반선 (사진=HD현대미포)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HD현대미포가 세계 최대 규모 액화이산화탄소(LCO₂) 운반선을 진수하며, 개화를 앞둔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소포집저장(CCS) 시장 확대와 함께 이산화탄소(CO₂) 해상 운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본격화될 선박 발주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7일 글로벌 해운 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HD현대미포는 이달 초 울산 본사에서 2만2000세제곱미터(㎥)급 LCO₂ 운반선 진수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스틸 커팅 후 약 8개월 만이다. 

길이 159.9m, 너비 27.4m, 높이 17.8m의 이 선박은, 상용화된 7500㎥급 LCO₂ 운반선보다 3배 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발주사는 그리스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이고, 캐피탈 가스십 매니지먼트 감리하에 의장 작업 및 시운전 등을 거쳐 오는 12월 최종 인도될 예정이다.

LCO₂ 운반선 시장은 올해 초부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러나 CCS 시장 확대와 중장기 수요 기대감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평가다.  

특히 CCS 시장 확대와 운항 효율성 제고 등이 맞물리며, 향후 발주 재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글로벌 CCS협회는 2020~2025년 가동을 목표로 기본설계(FEED) 단계에 진입한 해상 CO₂ 운송·저장 프로젝트가 10건에 불과했지만, 2026~2030년에는 38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증가세는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CCS 프로젝트가 본격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일부는 파이프라인 운송을 활용하겠지만, 해상 운송 비중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LCO₂ 운반선 수요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운항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는 다종 화물 운송이 가능한 듀얼 스펙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LCO₂ 외에도 액화석유가스(LPG), 암모니아(NH₃) 등을 함께 운송할 수 있어, 초기에는 LPG 수송에 활용하다가 CCS 시장 확대에 따라 LCO₂ 수송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번에 진수된 HD현대미포의 2만2000㎥급 LCO₂ 운반선 역시 다양한 액화가스 화물을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복귀 항차에서도 공선 없이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어, 해운사 입장에서 탄력적인 선대 운용과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HD현대미포는 현재 LCO₂ 운반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조선사로 부상하고 있다. 2만2000㎥급 LCO₂ 운반선 진수에 앞서 지난해 6월,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가 4만㎥급 운반선을 공동 개발하고 개념 승인을 획득했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와의 공동 개발 이력을 감안할 때, HD현대미포가 향후 4만㎥급 LCO₂ 운반선 발주에서도 유력한 조선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수요 확대에 따라 HD현대미포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미포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LCO₂ 운반선 개발뿐 아니라, 탄소중립 실증 설비 구축 및 저장탱크 소재 개발 등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해양 모빌리티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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